이란전쟁 왜냐고? 고개를 들어 북한을 보라
핵무기 있다면 이란은 분명히 그걸 사용할 것
李 "외교·안보 등에 자해적 행위가 보여"
세계 군사력 5위라는 자부심도 좋지만…
주독미군 감축 검토한다는 트럼프의 뒤끝
독일 내년 국방 예산 1천억 유로 넘어
"고개를 들어 북한을 보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장관은 짐짓 자국의 국회의원들을 가르치는 듯했다. 이란전쟁 발발 등에 대한 책임을 캐묻는 야당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미국이 손놓은 사이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뒀고 핵무기도 수십 기 보유해 전 세계적 위협이 되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별개로 자주 국방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비무장지대(DMZ) 관리 권한 확보에 힘쓰고 있는 우리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을 대목으로 읽힌다.
동맹의 신뢰와 관련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도 주시할 만하다.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란전쟁에서 미국을 돕기는커녕 비난으로 일관했던 독일 총리의 며칠 전 발언에 극약 처방을 내놓은 것으로 읽힌다.
◆北 위협에 美도 긴장하는데…
29일(현지시간) 미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헤그세스 장관은 이란의 핵무기에 대한 야망에 "이것이 북한의 전략"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간사인 애덤 스미스 의원의 질의를 맞받아친 것이었다.
스미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지난해 6월 이란 핵 시설을 타격해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해놓고, 올 들어 이란전쟁을 시작할 때도 이란 핵무기가 '임박한 위협'이라 주장한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따져 물은 터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야망은 계속됐고 그들은 재래식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건 북한의 전략이다. 당신도 잘 알고 있다. 북한 전략은 재래식 미사일을 활용해 누구도 그들에게 도전하지 못하게 막음으로써 핵무기를 향해 천천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재래식 무기 개발로 외부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해왔고, 이란도 같은 전략을 쓰고 있기에 이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꼭 필요했으며 "이스라엘과 함께 오직 미국만이 할 수 있는"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는 핵무기가 있다면 이란은 분명히 이를 사용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교훈"이라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모두가 북한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한은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확보해 이를 방패삼아 한반도 주변과 세계를 협박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후 '우리는 핵무기를 가질 것이고 너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자주 국방 의지를 완고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비교섭단체 및 무소속 국회의원을 초청해 가진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등 대외 문제에서 자해적 행위를 하는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아쉽게도 우리 안에는 그런 요소들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대외관계를 바라볼 때 공적인 입장을 가져달라"면서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트럼프는 합니다"… 주독미군 감축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축 규모 등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주독미군은 주한미군(2만3천500명 선)보다 많은 3만6천 명 정도다. 유럽 전체에는 8만4천 명이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란전쟁 비협조 동맹국을 대상으로 한 보복성 조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요청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등 동맹들이 선을 긋거나 신중한 반응을 보이자 필요할 때 도와주지 않는다며 비난했던 터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나토 회원국의 주둔 미군을 협조한 회원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군기지 한 곳의 폐쇄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 정부의 내년 국방 예산은 1천억 유로(174조 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올해보다 28% 늘린 것인데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국방 예산이 1천억 유로를 넘는 나라가 된다.
◆獨 총리, 굳이 비난까지 했어야 했나
불붙은 데 기름 부은 격으로 독일의 미국을 향한 비난이 도를 넘어 이 사달이 났다는 분석도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7일 "미국 전체가 이란에 굴욕을 당하고 있으며, 중동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는데 "이란은 예상보다 훨씬 강하고, 미국은 협상에서도 설득력 있는 전략이 없다"는 말에 이어 "전략 없이 이번 전쟁에 돌입한 것은 꽤 명백하다"면서 제법 뼈 때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시작하기 전 독일과 유럽에 미리 상의하지 않았고,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전쟁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발언자의 사회적 입지와 상징성 등을 감안하면 안보 위험 등 정치적 부담이 큰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주둔 미군 감축을 실행한다면 '세계 군사력 5위'의 우리나라도 여유작작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대북 방어에 기여하고 있는데 한국은 이란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한미동맹 균열이 지속적으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