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부동산 경매 시장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 등으로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빙하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매 물건은 20년만에 최대 수준으로 쏟아지고 있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어 낙찰율은 물론 낙찰가 모두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7일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연간 경매 건수는 6천799건을 기록, 2006년(7천131건)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저금리 기조였던 2021년(1천474건)과 비교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과 3~4년 사이에 경매 물량이 4.6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특히 올 1분기(1~3월)에 이미 1천689건의 경매가 쏟아지며 지난해 동기(1천337건) 대비 26.3% 증가하는 등 경매 건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여파로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한 매물들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매 물건은 넘쳐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올해 상반기 대구 경매 매각률은 23%에 그치면서 경매에 나온 물건 10건 중 8건 가까이가 유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통계 상으로 매각률이 21.7%로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당시 매각 건수가 23건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통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사실상 최저수준이다.
가격 지표인 매각가율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2021년 94.2%에 달했던 대구 지역 매각가율은 해마다 하락해 올해 59.1%까지 추락했다. 감정가 10억원짜리 부동산이 6억원도 되지 않는 금액에 팔리고 있다는 의미다. 매각가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0년대 들어 사실상 처음이다.
현장에서는 경매 시장 지표가 부동산시장 전체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유찰이 반복되며 낙찰가가 낮아지는 현상은 향후 집값 하락에 대한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구 미분양 물량도 여전히 부동산 시장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5천256가구이며,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 물량은 4천296가구로 조사됐다.
대구 지역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매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 매각가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실거주 수요와 투자 수요가 동시에 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고금리 여파가 실물 자산 가치 하락으로 본격 전이되며, 경매시장 침체가 일반 매매 시장의 가격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