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부동산 매물 쌓인다… 물류센터도 오피스 빌딩도 매각

입력 2026-04-1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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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 예스24 대구물류센터 매각 절차
매물 급증… 연수원·백화점은 장기 매각 차질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예스24 대구물류센터 전경. 빌사부 제공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예스24 대구물류센터 전경. 빌사부 제공

부동산 자산 처분을 통한 자산 유동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사무용 건물이나 상업시설 같은 '기업형 부동산'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 부진과 대출 규제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쓰임을 잃은 빈 건물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물이 적체되면 자산 유동화에 차질을 겪는 기업이 증가하고, 이는 전반적인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져 다시 경기 침체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스24, 대구물류센터 매각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자문·매각 주관 기업 '빌사부'는 최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예스24 대구물류센터에 대한 매각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빌사부는 예스24 대구물류센터 정보를 담은 '티저 레터'(투자 안내서)를 배포하고 비공개 입찰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예스24 대구물류센터는 대지면적 1만8천977㎡, 연면적 1만3천884㎡ 규모의 중대형 자산이다. 부동산 업계는 예스24 대구물류센터 입지가 대구 도심과 성서산업단지, 구미산업단지를 잇는 중간축에 해당하는 데다 준주거지역에 위치해 향후 상업·업무시설로 복합 개발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예스24는 '물류거점 재편' 전략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대구물류센터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월마트·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취하는 전략과 유사하게 물류 거점을 다변화해 배송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기업들은 직접 소유하던 대형 물류센터를 매각해 임차(세일 앤 리스백)하거나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을 스마트 물류설비 구축 등에 재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형 부동산 매물은 최근 1~2년 새 부쩍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KT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있는 KT 범어빌딩을, KT&G는 대구경북본부 사옥으로 사용해 온 남구 대명동 코스모대구빌딩을 각각 매물로 내놨다. 아모레퍼시픽도 동구 신천동 대구사옥을 포함해 전국 사옥·물류창고에 대한 자산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대구 동구 신천동 아모레퍼시픽 대구사옥. 정은빈 기자
대구 동구 신천동 아모레퍼시픽 대구사옥. 정은빈 기자

◆연수원·백화점 매각 지지부진

기업들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자산 유동화에 나서고 있지만 작업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은 대구백화점이다. 대구백화점은 지난 2021년 본점 영업을 종료하면서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현재는 경영권 혹은 부동산 자산 '투 트랙'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추진 자산은 중구 대봉동 대구백화점 프라자점과 동구 신천동 아웃렛, 동구 신서동 물류센터까지 4곳으로 확대했다.

동성로 중앙부에 위치한 옛 본점의 경우 지난 1972년 지하 3층~지상 11층, 연면적 3만2천526㎡ 규모로 지어졌다. 그동안 JHB홀딩스, 차바이오그룹 등이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대구백화점 측은 "어려운 환경이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자산 매각을 완료하고 재무안정성을 확보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의 iM뱅크(옛 DGB대구은행) 연수원도 유동화가 지지부진하다. iM뱅크 연수원은 지난 1998년 지어진 연면적 1만498㎡, 지상 6층 규모 건물로 강당·세미나실 등 교육시설과 숙박시설, 족구장·식당 등 부대시설로 구성돼 있다. iM뱅크는 거리상 문제와 접근성, 주변 환경 등을 이유로 지난 2017년 매각 추진에 나섰다. iM뱅크 관계자는 "은행 제2본점 건립 등으로 직원 연수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 연수원 필요성이 낮아졌다"라며 "연수원에 대해 예전부터 매각 의지를 보여 왔으나 마땅한 매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공매 물건 늘며 공급만 증가

부진한 경기와 경직된 금융환경은 매물 해소를 더디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장기간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물건의 경우 이에 더해 건물 자체의 상태와 주변 입지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물 구조나 노후 정도에 따라 정비·리모델링이 필요한 물건이라면 매매대금에 더해 공사비용이 들고, 건물 규모가 클수록 비용 부담도 커져 매수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공·경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늘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매매가격을 두고 접점을 이루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매 물건의 경우 여러 번 유찰을 겪으면서 입찰가가 초기 감정가의 절반 수준까지 내려가는 사례도 있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매매금액 협상 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내놓는 사람은 많은데 살려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금액 측면에서 접점을 이루기 힘들어진 분위기"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입지나 건물 자체가 괜찮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시설 보존 상태와 노후 정도가 중요한데, 추세를 고려한 시설 개조를 권유해도 요즘 건축경기가 좋지 않고 원자재 가격이 높다 보니 매수자나 매도자 어느 한쪽에서 선뜻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옛 본점. 정은빈 기자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옛 본점. 정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