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 현장 셧다운 공포, 정부는 실질적 해결책 내놔야

입력 2026-04-1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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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충격으로 주요 원자재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대비 최대 80%까지 급등했다.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는 재고를 소진(消盡)하며 버티지만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의 섬유·염색 업종은 원사와 염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졌다. 플라스틱과 포장재 업계는 폴리에틸렌 확보전에 나섰는데, 값이 문제가 아니다. 편의점 비닐봉투 가격이 최대 40%가량 올랐고, 발주(發注)마저 제한된다. 의료 분야에선 주사기와 수액 가격이 몇 배 뛰고, 재고량도 2~4주 수준으로 줄었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인 헬륨, 식각(蝕刻) 공정에 쓰이는 브롬, 비료와 화학 산업의 기반인 암모니아 등은 중동 의존도가 높고 대체가 어렵다. 이들 자원은 하나라도 끊기면 생산이 멈춘다.

단기적 안목(眼目)에서 볼 때 정부 대응은 그나마 안정적이다. 대체 원유 도입과 현물 시장 물량 확보, 실시간 수급 체계 점검과 가격 이상 징후 감시 등은 초기에 과도한 공포의 확산을 막는 데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산업 현장의 평가는 다르다. 기업들은 물량 확보 전쟁에 돌입했는데, 정부는 여전히 수급 안정 가능성을 강조한다. 헬륨, 브롬 등 전략 소재에 대한 중장기 확보 전략은 보이지 않고, 공급망 재편 역시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 정책은 여전히 가격 안정과 통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위기를 통제할 뿐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현재 정책은 버티기 전략에 불과할 뿐 위기 대처가 아니다. 미국·이란 종전 협상마저 결렬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진다. 단기적으로는 비축 자원과 외환 대응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는 동시에 조달 구조도 바꿔야 한다. 장기 계약 중심에서 실물 확보 중심으로 바꾸고, 공급선 다변화를 실질적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 위기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시장이 아니라 정책이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기를 버티는 능력이 아니라 위기 이후에도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전반(全般)의 재설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