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수출길 막히자 물량 급감
원자재값 급등·수급난까지 겹쳐 이중고
"공장은 돌아가고 있지만, 언제 멈출지 걱정입니다."
서대구산업단지에서 포장박스를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한 숨을 쉬었다. 지난 7일 찾은 공장 내부에는 골판지 상자에 PP(폴리프로필렌)마대를 붙이고 접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을 가득 쌓은 재고에도 불구하고 기계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이란 전쟁 여파로 섬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관련 제품을 담는 박스를 제조하는 기업도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PP마대를 결합한 박스는 습도에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섬유 수출에 주로 활용된다. 수출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니 전용 포장재에 대한 수요도 급감했다.
A씨는 "2교대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당장 직원들이 일감이 있지만 출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주로 대구경북에 납품을 하는데 지역 섬유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이 중동이다. 중동으로 가는 길이 막히니 자연스레 우리 제품을 찾는 주문도 줄어들었다. 다행히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업체에 일부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만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제품 공급뿐 아니라 원자재 수급도 문제다. A씨는 PP마대를 공급하는 업체에서 보낸 공문을 건넸다. 나프타 공급난으로 제품 가격을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됐고, 4월 중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휴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마대 가격이 약 20% 상승했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물량은 불과 일주일치다. 가격보다 무서운 건 원자재를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수입을 줄었는데 비용은 늘어난 셈"이라고 했다.
이어 "비용 상승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어렵다. 단가 경쟁이 치열한데 특정 업체만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한 달만 버티자는 식의 '눈치 싸움'이 이어지면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감이 줄었지만 인력을 줄일 수도 없는 실정이다. 공정 특성상 일정 인원이 팀을 이뤄야 작업이 가능한 구조다. 제조업 인력난에 외국인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향후 생산 자체가 어려워진다. 물량은 줄어도 인건비는 그대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끝으로 A씨는 "IMF나 금융위기, 코로나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3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오면서 지금이 가장 힘들다"면서 "이대로라면 오래 버티기 어렵다. 최소한 원자재 수급과 인건비 부담만이라도 덜어줘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