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아니라 광역단체장 노리는 李, "시정 이끌 수 있나?"
서울 거주하며 TK서 시장 자리 노리는 것 '부적절' 지적도
무소속 완주 시 판세 영향 불가피…당에선 재보궐 설득전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대구시장 공천 후보에서 컷오프 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무소속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자 지역 정치권이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이 대구라는 큰 도시의 시정을 이끌 경륜과 역량을 갖추었는지 의문이 적지 않은 데다 '보수의 텃밭'에서 손쉽게 선출직 타이틀을 얻으려는 '서울 TK'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판으로 여야 후보 간 초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 전 위원장이 실제 대구시장 선거 무소속 출마에 나설 경우 판세는 여당으로 기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민의힘 주변에선 이 전 위원장에게 국회로 와 활약해 달라는 등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7일 이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글을 올리는 등 대구시장 예비후보로서의 행보를 지속했다. 그는 전날 장문의 글을 올려 당의 컷오프 결정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함과 동시에 "대구시민의 뜻에 따라 시민의 판단을 받고 시민들의 선택을 받겠다"며 무소속 출마도 시사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국회에 와서 싸워달라"며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영입 가능성도 거론했으나 '기차는 떠났다'며 일축한 뒤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함께 컷오프된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8일 기자회견을 예고하긴 했으나 '선당후사 차원에서 무소속 출마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지만 이 전 위원장의 경우 실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역 정치권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부겸 전 총리가 나선 가운데 보수 표심이 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로 갈리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6인 경선'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있는데 이 전 후보의 행보는 함께 자멸하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애초 이 전 위원장이 지난 2월 당원 가입 후 돌연 대구시장 출마 입장을 밝혔을 때 상당수 지역민들은 '부적합하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가뜩이나 대구시에 쌓인 현안이 상당하고 시장의 장기 공백도 이어지고 있어 차기 대구시장은 이를 수습할 충분한 경륜, 역량 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 전 위원장은 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가 쌓은 '투사' 이미지를 바탕으로 국회에 등원한 뒤 여당과 맞서 활약해 주길 바라며 재보궐 출마가 낫지 않느냐는 얘기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시장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 한 시민은 "230만 명이 넘는 광역단체, 대구시장의 자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언론인 출신으로, 방통위원장 경력 정도인 데다 서울 강남에 사는 분이 왜 대구시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대구 서구에서 4선 의원을 지낸 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15년 분당 토박이"를 외쳤던 강재섭 전 대표 사례도 재소환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 전 위원장의 무소속 출마가 지선 판세에 큰 악재가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전방위 설득전을 벌이며 애를 쓰고 있다.
조광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여의도로 오셔서 대여 투쟁을 이끌어주십사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성일종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정치라는 게 자기 욕심대로 가는 건 아니다. 여러 상황 변화에 따라서 때로는 역할에 맞는 데 가는 것도 하나의 시대적 요청"이라고 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부겸 전 총리가 나온 상황에서 3자 구도에서는 국민의힘의 지명을 받은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정치적인 진로를 위해 나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대구를 이용한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