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식 순매수 50억→16억달러 급감…1분기 약 20조 이탈
RIA 9만 계좌에도 유입 4826억원…빠진 자금 대비 0.2%
자금 유입 확대 전망…세제 혜택·국내 수익률 기대 반영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투자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자금 흐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환율과 자산 운용의 제약으로 인해 아직은 국내 증시로의 '본격 유턴'이 지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세제 혜택과 기업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인 자금 유입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3월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6억9000만달러(약 2조5500억원)로 집계됐다. 1월 약 50억달러에서 2월 39억5000만달러, 3월 16억9000만달러로 감소하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주식으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빠르게 줄고 있는 모습이다.
보관금액도 감소세다. 1월 1680억달러에서 2월 1639억달러, 3월 1541억달러로 줄었다. 원·달러 환율(1500원 기준)을 적용하면 약 230조~250조원 규모로, 1분기 동안 약 20조원이 빠져나간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린다. RIA 도입을 계기로 일부 자금이 국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실제 유입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시장 변동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연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RIA 영향도 일부 있지만,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따른 변동성 확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매수보다 위험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3월 순매수 상위 종목이 모두 ETF로 채워지며 분산 투자 중심의 방어적 흐름이 강화된 점이 이를 보여준다.
실제 자금 이동 규모는 기대에 못 미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RIA 계좌는 약 9만개가 개설됐지만, 누적 잔고는 4826억원 수준에 그쳤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이 약 20조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국내 유입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계좌는 늘었지만 돈은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계좌당 평균 투자금도 약 500만원 수준으로,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라기보다 소액 참여 성격이 강하다.
장기 투자 성향의 서학개미를 끌어들이는 데도 한계가 뚜렷하다. 자산 배분 전략을 중시하는 투자자 특성상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환율 부담이 더해지면서 자금 이동은 더욱 제약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은 환차익 실현 구간에 들어섰지만 재투자 시에는 더 높은 환율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자금 이동보다는 관망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RIA 계좌 구조 역시 제약 요인이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계좌를 유지하는 동안 해외 투자 재진입이 사실상 제한된다는 점에서 자산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향후 자금 흐름 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제 혜택이 매력적인 만큼 자금 유입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한 번에 자금이 유입되기보다는 점진적인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국내 증시의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금 이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