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성인식·초광역 출동…화재 사망률 낮추기 목표
인공지능(AI)이 119 신고 전화를 직접 받아 사고 유형과 긴급도를 판단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전국으로 흩어진 119 체계를 하나로 묶는 대규모 개편에 나선 가운데, 수십 년간 소방 상황실 시스템을 구축해온 기업들이 기존 운영 체계에 AI를 얹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방청은 시·도별로 나뉘어 운영되던 119 신고접수와 출동지령 체계를 국가 단위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차세대 119통합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2024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올해부터 3년간 2,598억원이 투입된다. 이르면 내년 말 단계적으로 가동에 들어가 2029년 전국 단위 운영을 목표로 한다. 핵심은 AI 음성인식 기반 신고접수와,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현장과 가장 가까운 소방력을 자동으로 배치하는 초광역 출동 체계다. 소방청은 이를 통해 화재 사망률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현행 체계는 시·도 본부별로 따로 구축돼 대형·복합 재난에서 정보 공유와 통합 지휘에 제약이 있었다. 지도와 좌표 체계가 지역마다 달라, 다른 지역에서 출동한 인력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AI 도입은 정책 청사진에 머물지 않는다. 충남도 소방본부는 올해 초 생성형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적용한 '지능형 차세대 119 신고접수 플랫폼' 구축을 마쳤다. 대형 재난으로 신고가 폭주할 때 AI 콜봇이 신고를 대신 접수하고, 신고자와의 대화를 분석해 긴급도가 높은 신고를 접수요원 화면에 먼저 띄우는 방식이다. 최대 40개 회선을 동시에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도 119 응대에 AI 콜봇을 도입해 올해 하반기 시범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도입 초기에는 AI 응답을 사람이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이중 감시 체계를 함께 운영한다.
이런 흐름의 중심에는 소방 정보화 전문기업들이 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위니텍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통합 119 신고대응 시스템을 독자 개발한 뒤, 전국 소방본부 상당수의 긴급구조 시스템 구축에 참여해 왔다. 앞서 충남의 신고접수 플랫폼 구축도 이 회사가 맡았다. 30년 가까이 쌓은 상황실 운영 경험에 생성형 AI와 음성인식,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기술은 크게 세 갈래다. 'AI 119 신고접수 시스템'은 신고자와 접수요원의 대화를 실시간 분석해 상황 유형과 규모를 가늠하고, 신고자 위치 파악과 상황 요약을 돕는다. 접수요원에게 필요한 질문을 추천해 출동 판단을 지원하고, 신고가 폭주하면 AI 콜봇이 대기 중인 신고자와 직접 대화하며 긴급성을 판단한다. '위험징후예측 서비스'는 상황실로 들어오는 신고를 AI가 분석해 특정 지역의 이상 징후나 위험 패턴을 조기에 잡아낸다. '지능형 종합상황 대시보드'는 평소에는 일반 관제 모드로 운영되다가, 중·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유형과 규모를 분석해 대응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표출한다.
다만 사람의 생명이 걸린 영역인 만큼 신뢰성 확보가 최대 과제로 꼽힌다. AI가 신고 내용을 잘못 판단하거나 음성 인식에 오류가 나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지자체들이 도입 초기 '사람의 실시간 감시'를 병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 대응과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안정성 검증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위니텍 관계자는 "AI 도입의 핵심은 새로운 기술 자체보다, 실제 현장에서 운영되는 업무 시스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에 있다"며 "위니텍은 30여 년간 소방상황실을 구축하고 운영하며 축적한 업무 이해도와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소방 운영 시스템에 AI를 접목해 국민 안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 정보화 사업에 정통한 한 IT업계 관계자는 "AI가 모든 신고를 대신 받는 게 목표가 아니라, 신고가 폭주하는 상황에서 정말 급한 전화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 게 핵심"이라며 "기술의 화려함보다 실제 상황실 업무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녹아드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