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프 20년, 축제를 넘어 브랜드로] <상> 23개국·410편·250만명 대구로…단 한번도 끊기지 않은 뮤지컬 축제

입력 2026-04-06 18:18:19 수정 2026-04-06 18: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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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프레로 시범행사 후 이듬해 5월 정식 첫 선
20년간 뮤지컬 강국부터 제3세계·비주류 국가 작품까지
'금발이 너무해' 등 개막작은 국내 최초 공개 작품 선정
첫 축제부터 창작뮤지컬 92편 발굴…국내외 진출 발판
20돌 축제 예산 30%↑…투란도트 새 무대·리마인드 공연도
뮤지컬 펍·글로벌 심포지엄·아트마켓 등 국제 경쟁력 강화

딤프 창작뮤지컬로 첫 선보여 지난해 공식 초청작으로 돌아온
딤프 창작뮤지컬로 첫 선보여 지난해 공식 초청작으로 돌아온 '시지프스'를 보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DIMF 제공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창작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은 지 1년이 지났다. 더욱이 올해는 한국 뮤지컬이 60주년을 맞았고 백상예술대상에 뮤지컬 부문이 신설되는 등 산업 전반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뮤지컬 시장 매출은 4천988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었고, 특히 창작 뮤지컬 매출은 2천296억원으로 라이선스 뮤지컬 매출(2천22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하 딤프)은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창작 지원과 인재 양성, 국제 교류를 이어오며 성장해온 딤프는 지역 기반의 뮤지컬 생태계를 형성하며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자리매김시켜 왔다. '20돌'을 기점으로 딤프는 지역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국제 행사로 도약하고자 한다. 3편에 걸쳐 딤프가 만들어온 축적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상) 숫자로 보는 딤프의 역사

2006년 2월 시범행사 성격의 프레(Pre) 페스티벌을 선보인 뒤 이듬해 5월 제1회 정식 페스티벌로 막을 올린 딤프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 세계 최초의 뮤지컬 전문 축제를 표방하며 출범한 딤프는 지난 20년간 창작뮤지컬 발굴과 해외 교류, 인재 양성까지 아우르며 국내 뮤지컬 생태계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동시에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알리는 문화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제17회 딤프 개막축하공연 사진
제17회 딤프 개막축하공연 사진

◆딤프의 탄생과 걸어온 길

현재의 딤프는 2006년 2월 시범행사 성격의 프레(Pre) 페스티벌로 먼저 선보이게 됐다. '렌트', '지킬앤하이드', '프로듀서스', '웨스트사이드스토리&회전목마', '캣츠 포에버' 등 공식초청작 7편과 함께 출발한 데에는 축제 출발 초기 조직위원회 설립부터 함께해온 배성혁 딤프 집행위원장이 있다.

그는 2005년 겨울 뮤지컬 '맘마미아' 공연을 2개월간 대구에서 올리고, 당시 KTX 할인 등과 맞물리면서 대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관객이 몰려 58회차 중 절반가량이 매진되는 것을 계기로 뮤지컬 축제라는 구상을 떠올렸다.

그는 "자신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지역에서도 하지 않았고, 대구에는 오페라 하우스를 비롯해 당시 계명아트센터와 수성아트피아, 아양아트센터 등과 같은 좋은 공연장들이 개관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상을 당시 대구시 부시장을 만나 설명한 후 프레 페스티벌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후 반응이 좋아 이듬해 5월부터 정식 페스티벌로 열리면서 공식초청작 7편에 창작지원작(5편)과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15편)을 함께 열고 현재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 제19회 DIMF 개막작
지난해 제19회 DIMF 개막작 '테슬라'(헝가리)
제10회 DIMF 개막작
제10회 DIMF 개막작 '금발이 너무해'(영국)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싱어(영국)
제13회 DIMF 개막작 웨딩싱어(영국)
제12회 DIMF 개막작 메피스토(체코)
제12회 DIMF 개막작 메피스토(체코)

20년간 딤프를 거쳐간 작품은 총 410개 작품으로, 1천666회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국제 행사 규모를 내건 만큼 거쳐간 나라도 다양하다. 독일,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인도, 일본, 중국 등 모두 23개국의 작품이 대구에서 공연됐다. 뮤지컬 강국부터 제3세계 및 비주류 국가 작품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던 셈이다. 또 지난 20년간 딤프를 찾은 관람객은 약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딤프의 개막작들은 자국을 제외하고 한국에서는 처음 들여오는 작품들을 선보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금발이 너무해', '웨딩싱어', 체코의 '메피스토', 지난해 헝가리의 '테슬라' 등이 있다.

제13회 DIMF 창작지원사업 작품인 뮤지컬
'슬랩스틱-스케르조'(제18회 DIMF)

수많은 작품 중 화제작으로는 2024년 제18회 딤프 무대에 오른 '슬랩스틱-스케르조'가 있다. 네덜란드의 넌버벌 작품으로 2023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작품을 한국 최초로 선보였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상황 속 익살과 함께 찰리 채플린 시대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당시 NOL 티켓 관객 평점 9.9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딤프 어워즈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투란도트'(제12회 DIMF)

또 딤프가 자체 제작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2011년 초연 이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국내 장기공연을 비롯해 중국 5개 도시에서 초청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창작뮤지컬 최초로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을 달성하고, 2020년 3월 슬로바키아 노바스체나 국립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초연을 마쳤다. 올해 투란도트는 20주년을 맞아 7년만에 새롭게 선보인다.

딤프지기 활동 사진
제13회 DIMF 창작지원사업 작품인 뮤지컬 '유앤잇'. DIMF 제공
딤프지기 활동 사진
제14회 DIMF 창작지원작 '프리다_Last Night Show'
제12회 DIMF
'어쩌면 해피엔딩' 창작자 윌 애런슨은 2008년 제2회 딤프 창작지원작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의 작곡가로 데뷔했다.

단순한 초청 공연을 넘어 딤프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발굴된 작품들도 국내외 무대에서 성과를 이어왔다. 딤프는 1회 축제부터 창작뮤지컬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지원하며 올해까지 92편의 신작을 발굴했다.

그중 '유앤잇'(제13회)은 한국 뮤지컬 최초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영어로 현지화됐고,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수상한 '프리다'(14회)는 미국 LA에 진출했다.

뉴욕뮤지컬페스티벌 수상작이자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곡가 윌 애런슨이 참여한 '마이 스케어리 걸' 역시 2008년 제2회 딤프 창작지원작 출신이다. 당시 배 위원장은 2년간 창작지원작 우수작을 미국 뉴욕뮤지컬페스티벌에 진출시켜 500석 규모의 극장 무대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딤프를 통해 연결된 인연은 이후 미국 프로듀서와 창작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스페셜레터', '식구를 찾아서' 등 한국 뮤지컬 시상식에서 주목받은 작품들과 '브람스', '민들레 피리', '말리' 등 해외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이 딤프 창작지원사업을 거쳐 갔다.

축제를 함께 만들어온 시민 참여도 딤프의 특징으로 꼽힌다. 축제 운영을 돕는 자원활동가 '딤프지기'는 지금까지 매니저를 포함해 3천101명의 시민이 참여하며 축제를 지탱해 온 또 하나의 축이 됐다.

2024 딤프 개막식·축하공연 장면.
딤프지기 활동 사진
딤프지기 활동 사진

◆미리보는 20주년 축제

2007년 제1회부터 오는 6월 19일 개막을 앞둔 제20회까지, 딤프는 단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창작지원작을 무대에 올리며 축제의 맥을 이어왔다.

20주년을 맞은 올해는 예산 확대를 바탕으로 축제의 외연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6억원(국비 3억·시비 23억)이던 사업 예산은 올해 34억원(국비 17억·시비 17억)으로 늘어나 약 30.7% 증가했다.

제12회 DIMF '투란도트' 공연 사진

올해는 국내 뮤지컬 축제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희소성과 화제성을 갖춘 국내외 작품들을 공식초청작으로 꾸리고, 딤프의 대표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는 영화 '투란도트-어둠의 왕국' 넘버 2곡을 추가하는 등 헝가리 연출가의 해석을 더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 19년간 공식 초청작 가운데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은 대표작 2, 3편을 다시 선보이는 리마인드 공연도 마련된다.

또 2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된다. 지난 19년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기념 전시를 비롯해 뮤지컬 관계자와 배우, 창작진이 교류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 '뮤지컬펍',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심포지엄과 아트마켓 등이 준비된다. 공연예술 축제를 넘어 산업과 담론,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서 축제 역할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배 위원장은 "해외 각지 뮤지컬 업계에서도 딤프를 인지하고 있다"라며 "딤프를 '어떻게 아는가'에서 넘어 '어떻게 오게하는가'에 집중해 축제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2024 딤프 개막식·축하공연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