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환 칼럼] 지역 정착의 조건을 다시 묻다

입력 2026-04-12 08: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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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최근 교육부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을 확장하여, 지역 정책의 목표를 인재 '배출'에서 '정착'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지역혁신 정책의 중대한 방향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전환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리는 먼저 청년이 왜 지역을 떠나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거비를 지원하고 공공임대를 늘리면 청년은 지역에 남을 것인가. 직관적으로는 그럴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도권은 오히려 더 비싸고 불안정한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수도권 이동 인구 10명 중 7명이 청년이며,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층이 소득 상승을 경험한다는 통계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주거비가 싸다는 이유만으로 청년을 지역에 묶어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청년에게 주거 비용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회와 연결된 '구조'의 문제다. 수도권은 비싸지만 연결되어 있다. 일자리, 학습, 네트워크, 문화가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작동한다. 반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분절되어 있다. 삶의 기회가 없는 곳에 주거 지원만으로는 청년이 머물지 않는다. 결국 청년은 '저렴한 도시'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는 도시'를 선택한다.

사람은 의미를 발견할 때 정착한다. 청년이 지역에서 환대받고, 연결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비로소 머문다. 이를 위해서는 청년 커뮤니티 공간, 문화 인프라, 지역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하는 생활권 설계가 필요하다. 지역이 제공하는 것이 '저렴한 주거'가 아니라 '살아갈 이유'여야 한다는 의미다.

RISE 사업을 포함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지역에 상당한 재원을 투입해 왔음에도, '인재양성–취·창업-지역정주'의 선순환 고리는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했다. 정책은 있었지만 전략이 부족했다. 재원을 사업에 배분하는 데 급급했을 뿐, 청년이 지역에서 살아갈 이유를 설계하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제 대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 도시는 청년이 일하고, 배우고, 관계 맺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청년을 붙잡겠다는 의지는 있는가. 그 답은 중앙정부의 정책 설계에만 맡길 수 없다. 곧 치러질 선거는 이 질문에 대한 지역의 대답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후보들은 청년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도시 설계 전략을 제시해야 하며, 시민은 그 진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사람은 조건이 아니라 이유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은 이익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의미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정착한다. 좋은 일자리, 저렴한 주거, 편리한 교통은 정착의 '조건'일 수는 있지만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조건은 비교될 수 있고, 더 나은 조건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 떠날 수 있다. 그러나 이유는 다르다. 이유는 그 장소와 나 사이의 '관계'에서 만들어진다.

청년이 지역에 머무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시작한 작은 가게가 골목에 뿌리를 내렸을 때,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동료가 생겼을 때, 내가 기획한 문화행사에 지역 주민들이 반응했을 때, 비로소 '여기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긴다. 이것은 수도권이 줄 수 없는 것이다. 수도권은 기회를 주지만, 뿌리내릴 자리를 주지는 않는다. 지역만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나의 자리'다.

대구는 이 자리를 청년에게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청년이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가. 낯선 청년을 환대하고 연결해 주는 지역 공동체의 문화가 살아있는가. 지역이 청년에게 '왜 여기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청년은 비로소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이유를 선택한다. 청년이 지역에 남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낸 결과다. 대구가 청년에게 선택받는 도시가 되려면, 정책 이전에 철학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청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다. 그것이 지금 대구가 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