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지수 역대 최고에 현장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 부담"
시멘트·아스콘·창호·맨홀뚜껑까지…중소업체 줄줄이 한숨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대구경북 건설·건자재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이 공사비 부담으로 직결되면서 현장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5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3.69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지수가 가격 변동을 늦게 반영하는 후행지표라는 점에서 실제 체감하는 공사비 상승 압력은 이미 수치를 웃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공사비 상승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도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자 지난달 31일부터 운영해온 '중동전쟁 기업 애로 해소 지원센터'를 3일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로 격상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 부담"…현장 고통 속출
이 같은 상황은 지역 건설 현장을 조금만 둘러봐도 어렵지 않게 마주한다.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대구 북구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구리 가격 상승으로 전선과 마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인상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토목 공사를 시작한 또 다른 공동주택 현장도 유가 상승으로 공사 초기부터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장비가 대거 투입되는 토목 공사 특성상 유가와 요소수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악재다. 리터(ℓ)당 1천890원대에 달하는 경유값은 굴착기·덤프트럭 등 중장비 운영 비용을 끌어올리며 공사 원가를 직접 압박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는 공사비 상승에 대비한 사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한 종합건설사 임원은 "민간 공사 현장은 사업을 시작한 뒤 공사비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책임준공 사항을 지키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한꺼번에 반영할 수는 없고 조금씩 인상분을 적용하고 있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상황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멘트·아스콘·창호·맨홀까지…건자재 업계 전방위 타격
건자재 업계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 상승에 유연탄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시멘트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유연탄은 시멘트 제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데 올해 들어 30% 가까이 올랐다"며 "원자재 비용이 늘면 현장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스콘 공급 차질도 현실화하고 있다. 도로 포장과 토목 공사의 필수 자재인 아스콘은 원유에서 추출한 아스팔트를 주원료로 쓰는 만큼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다.
대구의 한 아스콘 공장 관계자는 "비용도 오르고 물량도 없어 생산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라며 "토목 공사 현장에서 납기가 밀리는 사례가 늘어나 선금을 받고 물건을 출고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 자재 중 하나인 창호 제조 공장도 중동발 리스크를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대구의 한 창호 공장 대표도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고 환율이 오르면서 스텐 제품 매입 단가가 전쟁 전보다 8~10% 올랐다"며 "중소기업은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나프타 가격 급등 여파는 맨홀 뚜껑 제조업체에도 닿았다. 도색에 필요한 페인트 원료인 나프타 값이 치솟으면서 제조 원가가 바로 오르는데, 납품 단가에는 좀처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공공기관 납품 계약 특성상 단가를 바꾸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중소업체일수록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는 것.
한 업체 대표는 "제조 원가는 바로 오르지만, 납품 단가에 반영 시키기는 쉽지 않다 보니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중동전쟁이 지역 소규모 업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