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문학도 아닌] 왜 그녀는 맥베스 부인인가?

입력 2026-04-1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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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 변호사
김계희 변호사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타고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던 그녀는 부유한 상인 이즈마일로프에게 시집왔는데, 그것은 사랑이나 어떤 매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가난했던 그녀로선 신랑을 고를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십 세의 신랑이 그녀와의 결혼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식이었으나, 6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제 할 일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운영하는 제분소 제방이 무너지면서 그가 집을 떠나 있는 사이 그녀는 자신을 가두고 있던 제방을 거침없이 무너뜨린다.

정부(情夫)의 존재를 눈치챈 시아버지가 그를 지하실에 가두자 그녀는 시아버지를 독살한다.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자 정부와 함께 그를 살해하고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그의 재산까지 차지한다. 거침없던 그녀의 행보가 멈춰 서게 된 것은 남편의 동업자인 어린 조카를 살해한 일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이다. 물론 정부 세르게이도 함께 체포되고, 그들은 살인죄로 형을 선고받는다.

유형 길에서 세르게이는 무일푼이 된 그녀를 버리고 새 애인을 찾아 나서지만, 그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와 함께할 방안을 모색한다. 매서운 추위 속 그녀의 두 발을 지켜 줄 마지막 털양말까지 그를 위해 내어주었지만, 그 털양말을 신고 그녀를 조롱하는 새 애인 소네트카의 등장은 그녀의 마지막 제방을 무너뜨린다. 잽싸게 그녀를 밀치며 함께 바다로 뛰어든 카테리나.

불륜, 연쇄살인, 배신과 복수.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원제: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 대해 혹자는 악녀가 주인공인 현대판 막장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고도 말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동시대 러시아 작가인 레스코프는 형사재판소 말단 기록원으로 근무할 당시 젊은 며느리가 70대 시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녀는 마을 광장에 끌려와 형벌을 받았는데, 그 미모가 몹시도 눈부셨다고 전해진다. 한때 '얼짱 강도'로 불리며 범죄가 아니라 미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피고인도 있었고, 요즈음에도 미모의 피고인이 법정에 서면 저런 얼굴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기도 한다.

젊은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귀에 끓는 납을 부어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미모에 대한 언급뿐 정작 살해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스노하체스트보(Снохачество)'였을까? 이는 러시아 제국의 농노 가정에서, 아들이 부재할 때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강간하던 사회현상이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이를 근친상간의 일종으로 간주했고, 형사법적으로도 강간의 일종으로 여겨져 15~20대의 태형이 선고되었으나 애초에 음성화된 현상이라 공론화나 신고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근절되지 않았고, 그 실태를 확실히 추적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19세기에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청년 남편들이 집을 떠나게 되자 며느리 강간은 더욱 만연했고, 1861년 농노해방령 이후로도 스노하체스트보는 여전히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동기라 하더라도 그녀의 범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체제와 질서에 순응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가능한 다른 선택이란 무엇이었을까?

왜 그녀는 맥베스 부인인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국왕의 사촌으로 귀족이며, 덕성과 영웅적 면모를 모두 지닌 훌륭한 장군이나,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욕망은 분명 그의 것이고,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올라 많은 사람을 죽인 것도 모두 그이건만,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과 부인의 부추김이 모든 악의 근원인 양 뒤로 숨는다.

그런 점에서 카테리나는 맥베스의 부인도, 맥베스의 여성형도 아니다. 그들을 초과한다. 당시의 러시아 사회에서 그녀의 '욕망'은 무언가를 더 얻고자 하는 맥베스의 그것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서의 사생결단에 가깝다. 확립된 권위와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위협적인 '맥베스'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아니, '감히 맥베스'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