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역사'부터 '정원의 풍경'까지…공간으로 읽는 삶의 방식

입력 2026-04-02 09:21:04 수정 2026-04-02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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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집은 중립적이지 않다
서윤영 지음/지노 펴냄
[책] 영국 정원 일기
김민호 지음/판미동 펴냄

집과 정원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집과 정원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집은 단순히 사는 공간을 넘어, 한 사람의 취향과 생활 방식이 축적되는 장소다. 집의 구조와 가구의 배치, 그리고 창밖 풍경까지 누군가는 효율적인 구조를 택하고, 또 누군가는 취향을 담은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러한 '집'의 의미를 확장해보면, 최근에는 그 바깥을 둘러싼 정원 또한 또 하나의 삶의 방식이 드러나는 공간으로 읽힌다.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4월을 맞아 '집의 역사'와 '정원을 가꾸는 삶'을 다룬 두 권의 신간을 통해 공간과 일상의 관계를 살펴본다.

복원된 고대 로마 도무스. 인터넷 갈무리
'집은 중립적이지 않다' 책 표지

건축 칼럼니스트 서윤영의 신작 '집은 중립적이지 않다'는 고대 로마의 도무스와 도시 아파트 인술라, 중세 상인의 세장형 주택, 르네상스 도시의 팔라초, 영국의 컨트리하우스와 타운하우스, 프랑스의 아파르트망, 한국의 개량한옥까지 인간의 삶을 이뤄온 다양한 집의 형태를 따라가며 그 속에 담긴 사회·문화의 역사를 읽어낸다.

책은 "집의 구조와 방의 배치, 마당과 거리의 관계 속에는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겼는지뿐만 아니라 사회 질서와 관계까지 담겨있다"고 보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주거 형태에 따라 계층과 생활 조건이 확연히 달라지는 예로 고대 로마를 살펴보면, 귀족이 살던 도무스는 내부 중정을 중심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분리된 구조를 갖춰 가족과 손님, 즉 사회적 관계가 구조에 반영됐다. 반면 서민들이 지내던 인술라는 매우 좁아 집 안에서의 생활이 제한적이었고, 사람들은 주로 거리나 광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대 로마 인술라. 인터넷 갈무리
복원된 고대 로마 도무스. 인터넷 갈무리
정원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고대 로마 인술라. 인터넷 갈무리

집과 사회의 관계는 한국의 개량한옥까지 확장된다. 개량한옥은 전통 한옥의 구조를 바탕으로 도시 환경에 맞게 변화한 주거 형태로 당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반영했으며, 오늘날 아파트의 공간 구성과도 맞닿아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돼, 책에 등장하는 각종 양식의 집 도판과 사진이 함께 수록돼있다. 우리가 현재 사는 집이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인지 한 번쯤 궁금해본 적이 있는 독자라면, 익숙한 집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176쪽, 1만7천원.

영국 컨트리하우스 이미지. 인터넷 갈무리
'영국 정원 일기' 책 표지

낯선 영국땅에서 정원사로 살아가는 김민호의 '영국 정원 일기'는 집의 바깥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15년 전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좀처럼 마음 붙일 곳 없던 와중에 집 뒤편의 작은 정원으로부터 위로를 얻게 된다. 이후 영국 왕립원예학회(RHS) 정원사 과정을 이수하고 회사를 나와, 야생화 씨앗을 담은 전단지를 집집마다 돌리며 홀로서기에 나선다.

책은 저자가 직접 고른 '이 달의 식물'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방인으로서 겪는 감정과 이를 이겨내고 어엿한 10년차 정원사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4월 '클레마티스'는 런던 주택가 담장마다 깃든 기억을 불러내고, 8월 '무화과나무'는 여름의 소박한 기쁨을 전한다. 10월 '시클라멘'은 눈에 띄지 않는 낮은 자리의 아름다움을 깨우며, 1월 '장미'는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의 시간을 헤아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프랑스의 아파트르망. 클립아트 코리아
정원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 코리아

"웃자란 분꽃나무의 가지 하나를 자르는 다소 허망한 순간에도 어깨를 훌훌 털고 과정을 하나하나 밟아 간다. 울새든 다람쥐든 갈색 고양이든, 잠깐 불어와 눈썹을 식히는 바람이든, 정원에서는 눈치주는 이가 없으니 그러기에 참 적당한 공간이다. (248쪽)"

책에는 정원을 돌보는 데 도움되는 지식뿐만 아니라 정원 설계 도면이 실려있어, 밖에서만 바라보던 크고 작은 정원들이 어떻게 모양을 갖춰 가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또 어디선가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고 분투하는 이들에게 자연에서 발견한 깨달음의 순간과 풍경을 통해 용기를 건넨다. 계절의 조용한 풍경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마음속에 각자의 정원을 하나씩 품게 될 것이다. 308쪽, 1만8천원.

영국 컨트리하우스 이미지. 인터넷 갈무리
프랑스의 아파트르망. 클립아트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