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人, 이달 삼성전자 16조2557억 순매도…위험 회피성 매도
고점 대비 27% 하락…업황 둔화·기술 변화 리스크 동시 부각
증권가 "터보퀀트, 삼전에 기회 될 수도…실적 기대감도 유효"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끈 삼성전자의 주가가 한 달간 폭락한 가운데서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가 다소 흔들리는 현상은 업황 둔화 신호라기보다는 실적 시즌을 앞둔 단기 조정이라는 해석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89%(3400원) 내린 17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도 오전 10시 기준 전일 대비 2.61%(4600원) 하락한 17만1700원에 거래 중으로,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종가 기준 고점인 21만8000원 대비 27% 가까이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 중심의 매도세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대장주들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3∼30일) 거래대금 기준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큰 규모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다. 외국인은 한 달간 삼성전자를 16조2557억 원 팔아치우며 지난 1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48%대 지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를 글로벌 긴축 기조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속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리스크 오프'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중동 전쟁으로 인해 유가와 환율 등이 요동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까지 줄줄이 이탈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글이 지난주 공개한 '터보퀀트(TurboQuant)'도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촉매로 지목된다.
터보퀀트는 구글의 메모리 사용량 절감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모델의 연산 효율을 높이는 대신 메모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디램(DRAM) 등 레거시 메모리 수요 감소 우려를 키웠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 주가도 단기 급락세를 보였다.
메모리 가격 하락도 주가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D램 현물 가격이 하락하는 등 반도체 칩 상승 지속 여부가 불안을 줬고, 분기 말 리밸런싱 이슈도 부담이 됐다"며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올해 글로벌 PC 및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9.2%에서 -14.8%로 크게 하향 조정한 점도 부담이 됐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피크아웃' 경계론까지 확산되며 투자 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업황 둔화 가능성과 기술 변화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된 셈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 대비 6배 메모리 저장 효율성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구글의 터보퀀트 공개 이후 레거시 메모리 수요 감소라는 부정적인 내러티브가 확산하는 중"이라며 "전쟁 불확실성,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노이즈 등으로 반도체주의 투자 심리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터보퀀트 사태에 여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증권가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터보퀀트와 같은 기술이 단순히 메모리 수요를 줄이기보다는, AI 연산 구조를 변화시키며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모델에서 대화 맥락을 저장하는 KV 캐시((대화 기억용 메모리)를 온로딩한 뒤 이를 압축 해제하는 과정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버 D램과 eSSD 수요 전망에는 부정적이지만 HBM 수요에는 긍정적"이라며 "HBM4 기술 경쟁력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에는 점유율 확대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어 "고점 대비 급락한 주가는 투자 기회"라며 반도체 업종 내 최우선 종목으로 꼽았다.
특히 쿼보퀀트 이슈를 메모리 업황 훼손으로 연결짓는 시각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터보퀀트는 메모리의 절대 수요를 없애는 기술이 아니라 제한된 대역폭 안에서 처리 효율을 높이는 성격에 가깝다"라며 "이를 곧바로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실적 훼손으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적에 대한 눈높이도 여전히 높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삼성전자의 1분기 평균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5.6% 증가한 36조4769억 원으로, 한 달 전 추정치보다 5.7%가량 올랐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한 40조 원, 2분기는 11배 증가한 51조 원으로 예상돼 실적 서프라이즈가 기대된다"라며 "중동 불확실성과 금리 변동성에도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일관되게 확대되고 있고, 메모리 확보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