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15%·의무지출 10% 감축…전체 사업 10% 폐지 원칙
행정통합 난항에 광주전남 '5조 보따리' 먼저 가져갈 판…격차 확대 우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대구경북(TK) 재정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재량지출과 의무지출을 각각 15%와 10% 줄이고 전체 사업의 10%가량을 폐지하는 등 불요불급한 사업 최소화를 예고한 데다 행정통합에 성공한 지방정부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의 예산 배분 구조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통합이 지지부진한 TK는 '이중고'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출 구조조정' 비상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획예산처의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과 '지출구조조정 기준 및 추진방안'을 의결했다. 예산안 편성지침은 각 부처가 다음 연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준수해야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 지침이 확정됐다는 것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의결된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운용'과 함께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해 저성과·비효율 사업은 과감히 감축·폐지하거나 근본적인 구조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감축 목표도 구체적이다. 재량지출은 저성과·낭비성 사업 폐지와 연례적 행사·홍보 등 경상경비 절감을 통해 15%를 줄여야 한다. 재량지출은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뺀 것으로 통상 120조~140조원 규모다.
여기에 연금·의료 등 법으로 정해진 의무지출도 10% 수준을 깎되, 제도개선 및 입법조치 계획을 마련해 각 부처 예산안 요구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전체 내역사업의 10%는 아예 폐지한다.
기획처 관계자는 "철저한 성과 기반으로 우선순위를 조정해 역대 최대 수준의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성과관리 잣대도 날카로워진다.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에서 '감액' 판정을 받은 사업은 원칙적으로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액해 요구하고, '폐지' 판정 사업은 예산에 반영하지 않는다. 각 부처와 재정당국으로 이원화된 현행 성과관리 제도는 부처·민간 합동 통합 재정사업 성과평가로 일원화된다.
이 같은 고강도 조정은 재정 여건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아동수당, 청년지원, 재생에너지 등 주요 정책 지출이 늘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연금과 의료비 부담도 급증한다. 기획처 중기 계획에 따르면 의무지출은 올해 388조원에서 2029년 465조7천억원으로 늘어난다. 4년 새 77조원 이상 증가하는 것이다.
◆'행정통합 인센티브' 소외
문제는 지역 간 재정 격차다. 이번 편성지침의 핵심 수혜처는 행정통합에 성공한 '통합 지방정부'다. 지침은 통합 지방정부에 연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달 5일 공포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오는 7월에는 광주시와 전남도를 통합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탄생한다. 광주전남 지역이 이 인센티브의 첫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TK 행정통합은 여야의 책임 공방 속에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발목 잡힌 상태다.
초광역계정 신설, 포괄보조 확대 등 지방 자율성 강화 정책의 수혜도 통합을 먼저 이룬 지역에 우선 집중될 공산이 크다. 지방재정전략협의회 신설, 지방소멸대응기금 지원 범위 확대 등 굵직한 지방재정 혁신 과제가 잇달아 예고된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 자체가 통합 여부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부 완충 장치도 마련됐다. 정부가 이번 편성지침에서 수도권으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는 '지방우대 원칙'을 본격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비수도권을 3단계로 구분해 수혜 금액을 올리고 자부담은 낮추는 방식으로, 수도권과 거리가 먼 경북 내 군 지역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여기에 경북 구미가 포함된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광주-부산-구미) 등 지방 중심 첨단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반길 만한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