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 소용없었던 증권사 주총…반쪽짜리 주주환원 '눈총'

입력 2026-03-30 10: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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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NH·키움·대신, 국민연금 주요 안건 반대 불구 통과시켜
국민연금 반대 사내이사 재선임…신주 발행 한도 확대하기도
배당확대 정책 발표했으나, 한켠선 '주주가치 제고 역행' 비판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국민연금이 주요 증권사 주총 안건 일부에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되면서 국민연금 영향력의 한계가 재차 확인됐다. 동시에 증권사들이 내놓은 주주환원 정책을 두고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 시즌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일부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들의 주요 쟁점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사내·사외이사 재선임, 신주 발행 한도 확대 등 지배구조 및 주주가치와 직결된 사안들이었다.

그러나 주총 결과 각 사 안건은 모두 주총에서 통과되며 사실상 국민연금의 완패에 가까웠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서 목소리를 냈지만, 의결권 구조상 단독으로 결과를 뒤집기에는 지분율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앞서 국민연금이 반대한 김미섭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자사주 소각 예외 규정 마련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등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대신증권 또한 주총에서 양홍석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 등을 모두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은 김 부회장과 양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 공통의 이유로 '주주 권익 침해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주주권익 침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인사가 과거 금융당국 제재와 관련된 이력을 문제 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미섭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시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로 제재받은 바 있다. 양홍석 부회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은 바 있다.

NH투자증권도 주총에서 제3자배정 방식의 신주 발행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정관 일부 변경의 건을 가결했다. 이는 향후 자본 확충이나 전략적 투자 유치에 활용될 수 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신주 발행 한도를 업계 평균에 맞췄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모회사인 농협금융지주에서 지난해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6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이미 신주 발행 한도가 23% 수준까지 도달했던 상황"이라며 "한도를 타사 수준인 50%까지 늘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사외이사의 재임 기간을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연임하는 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은 삭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사의 임기를 늘릴 경우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확대한 2차 상법 개정의 취지가 퇴색될뿐더러,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 약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 역시 주총 문턱을 넘은 셈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기업가치 증대와 주주이익 보호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확보된 이사회의 투명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경영감독을 수행할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며 "집중투표제를 통해 주주들의 선택을 받은 이사가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올해 주총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했으나, 정작 이에 상응하는 안건들도 함께 통과시키면서 '반쪽짜리 주주친화정책'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주총에서 총 6400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배당과 향후 3년간 최소 35% 이상의 주주환원 성향을 유지한다는 역대 최대 규모 주주환원을 단행했다.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도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등 정책을 발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이번 주총은 호실적에 따른 주주환원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한편으론 주주가치 제고를 역행하는 안건들도 다수 통과되는 등 한계를 보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