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주주 돈으로 빚 갚냐" 비판
한화 계열사들 역대급 유증 규모 잇달아 단행 '눈살'
증권사도 이례적 '매도' 리포트…금감원 중점심사키로
"유상증자 자체가 악재인데 이걸 또 빚 갚는데 쓴다고? 본인들 채무 주주 돈으로 갚는 게 왜 이리 당당한 거냐."
"시기, 금액, 용도 다 최악이다. 게다가 제3자 배정도 아닌 주주 배정이라니... 주주에 대한 의리는 어디 갔나."
"한화 계열사 유증은 매번 황당하다. 재계 10대 순위권인 한화 체급에 유증을 몇번을 해대는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이번에 한화솔루션까지 상습적이다. 주주를 마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보는 것 같다."
한화솔루션이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종목토론방에는 한화그룹을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불과 이틀 전 주주총회에서는 유증 계획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대규모 유증을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7200만주를 신규 발행하는 유상증자안을 의결했습니다. 현재 시총 5조7000억원의 42%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유상증자의 주당 신주 배정 수(약 0.34주)를 고려하면, 주식 1000만원어치를 들고 있는 기존 주주는 340만원을 더 넣어야 기존 지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결정에 시장은 즉각 실망을 드러냈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하루 만에 주가는 18.22% 폭락했고, 이날 오전 10시23분 현재 주가는 7.88% 급락 중입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유증 자금의 용도입니다. 한화솔루션은 조달 자금 2조4000억원 중 무려 1조5000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쓴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증자액의 60% 이상이 '빚 돌려막기'에 투입되는 것입니다. 나머지 9000억원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등 신기술 투자에 쓴다고 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사실 한화솔루션은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 부진으로 2년 연속 3000억원대 영업적자를 이어갔습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96%로 치솟았습니다. 회사 측은 이번 유증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2년간 자산 매각 1조6000억원, 신종자본증권 발행 7000억원 등을 진행했음에도 또다시 주주에게 손을 벌린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상증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 조달을 위한 손쉬운 방식이 될 수 있으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특히 미래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가 아니라 과거 쌓인 빚을 갚는 데 주주 돈을 쓴다는 점에서 악재 중의 악재로 받아들여집니다.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유상증자는 다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폐해 중 하나로 지목돼왔습니다.
더욱 문제가 된 건 주총에서의 '계획된 유증' 정황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 '제2호 의안: 정관 일부 변경의 건'으로 발행예정주식 총수를 기존 3억주에서 5억주로 확대했습니다.
의혹이 불거진 대목은 기존 정관 한도 안에서도 이번 유증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는 약 1억7447만주이고, 이번 유증으로 찍을 신주 7200만주를 더해도 총 2억4647만주로 정관 변경 전 한도 3억주를 넘지 않습니다. 회사 측은 고의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굳이 발행 예정 주식수를 5억주로 늘린 것과 관련해 추가 자본조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간 한화그룹의 유증 전력을 보면 더욱 불신이 커집니다. 한화그룹은 국내 증시 유증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인데요. 역대 국내 유상증자 규모를 보면 그 실상이 적나라합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논란이 되면서 일부 축소된 2조9000억원 규모 유증이 이뤄졌지만 첫 발표 기준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3조6000억원)의 지난해 유증이 국내 증시 최대 규모였습니다. 대한항공(3조300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조2000억원)에 이어 한화솔루션(2조4000억원)과 한화오션(2조원) 등 한화그룹사들이 줄줄이 역대급 유증 규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한화솔루션의 유증 발표에 증권가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쏟아집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에 투자의견 '매도'를 제시했습니다. 증권사가 매도 리포트를 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목표주가는 25000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전일 마감가 3만6800원 대비 32% 넘게 빠져야 적정주가라는 의미입니다.
안 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약 13조 원에 달해 1조 5000억 원의 자금 상환으로는 차입금을 의미 있게 축소할 수 없다"면서 "탠덤 양산과 TOPCon 셀라인 구축에 투입되는 9000억 원은 시기상 합리적인 투자라고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현금흐름이 발생할 때 수반되는 전략으로, 미래 기술에 대한 선행 투자는 이상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재무구조하에서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나 이번 유증은 국내 증시가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정책 의지 속에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이에 금융당국도 소액주주의 보호 차원에서 이번 논란을 들여다볼 예정인데요. 금융감독원은 한화솔루션을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중점심사 대상이 되면 유상증자 당위성과 의사결정 과정, 이사회 논의 내용, 주주 소통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심사받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꼽히는 무분별한 유상증자. 한화그룹의 반복되는 유증 행태에도 믿고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가슴에만 피멍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