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외국인에 흔들린 자동차 22% 급락…"많이 내려도 무서운데"

입력 2026-03-27 09:59:1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KRX 자동차·자유소비재 22%대 급락…테마지수 낙폭 상위
외국인 매도 집중…개인은 저가 매수 대응
유가 상승·금리 부담 겹쳐 투자심리 위축…"밸류 매력 부각"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와 유가 상승 금리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자 국내 자동차주가 급격한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내구재 특성상 수요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매도세까지 겹치며 완성차를 중심으로 낙폭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6일까지 'KRX 자동차' 지수는 22.01% 하락하며 34개 테마 지수 중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KRX 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한 'KRX 300 자유소비재' 지수도 22.72% 떨어졌다.

두 지수는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온시스템 등 주요 자동차 종목을 공통으로 포함하고 있어, 최근 낙폭 역시 완성차와 부품주 전반의 조정 흐름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개별 종목별로 보면 현대차(-27.30%), 기아(-24.72%), 현대모비스(-22.92%),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21.26%) 등 주요 종목들도 일제히 두 자릿수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이 같은 하락 흐름은 수급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대차(-3조1197억원), 기아(-9786억원), 현대모비스(-1283억원) 등을 중심으로 매도에 나섰고, 개인은 현대차(3조7497억원), 기아(9203억원), 현대모비스(2630억원) 등을 순매수하며 이를 받아냈다.

이처럼 수급 측면에서의 압력이 확인되는 가운데 거시 변수 역시 업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 상승과 함께 인플레이션 및 금리 상승 압력이 확대됐다. 공급망 병목과 금리·유가 변동이 동시에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내구재 성격이 강한 자동차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자동차 업종에 대한 시장의 판단은 단기 변수와 중장기 기대가 엇갈리는 국면이다. 거시 변수 영향으로 주가 상승 탄력이 둔화되며 단기적으로는 관망 심리가 짙어졌지만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는 기술 경쟁력에 따라 밸류에이션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기술 선도 업체는 프리미엄을 받는 반면 전통 제조 중심 기업은 상대적으로 할인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국내 자동차 업종 역시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도 이번 조정을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가격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실적 추정치 변화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밸류에이션 부담만 완화됐다는 판단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2026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은 각각 10.8배, 7.2배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업체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수요 측면에서도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는 존재하지만, 연비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HEV) 차량 중심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대차그룹은 해당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구조적인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개별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재평가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 협업, 자율주행 플랫폼 고도화, 로보틱스 사업 확대 등 전략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관련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종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 변화도 감지된다. 단순 완성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 로보틱스를 결합한 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은 더 이상 판매량 중심의 제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를 결합한 'Physical AI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현대차를 단순 완성차 기업으로만 보는 시각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