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너무 많나요? 문제는 '내'가 아닌 '뇌'에 있어요

입력 2026-03-25 17: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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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버씽킹
벳시 홈버그 지음/ 윤효원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과하게 생각한다는 뜻의 '오버씽킹'이라고 하면,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2'의 유행어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프로그램 속에서 한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화려한 가니시, 소스 등 과한 시각적 기교가 요리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하며 사용한 단어였던 것.

우리의 삶 속에서도 과한 생각은 일의 본질을 흐린다. 우리가 일을 그르치는 이유를 살펴봐도, 대부분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과도해서인 경우가 많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테다. 사소한 실수였을 뿐인데 머릿속에서 그 장면이 몇 번이고 재생된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무기력해지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려 며칠씩 잠을 설친다.

그뿐인가. 지나간 일을 곱씹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그것을 반복한다. 심지어 이런 상태를 두고 '내가 너무 예민해서', '내 의지가 약해서'라며 자책하고 반성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벳시 홈버그 박사는 문제가 '나'에게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나'라고 믿어온 머릿속 비판적 목소리가 사실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뇌의 사고 회로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그의 얘기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본래 쉬지 않고 위험을 탐지하며 미래를 예측하도록 설계돼있다. 수십만 년 전의 인간에게는 이런 능력이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집단의 규범을 지키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곧 안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오래된 생존 장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실제 위험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뇌는 계속해서 경고 신호를 보내고, 두뇌 속 해당 사고 네트워크가 과활성화되며 걱정-반추-자기비판이 반복되는 루프가 만들어지는 것. 이 루프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문제는 해결하기보다 에너지를 낭비하며 점점 자신을 압박하는 상태에 갇히게 된다.

책 '오버씽킹'은 이 낡은 생존 메커니즘이 어떻게 현대인의 일상과 감정을 지배하는지 추적하고, 그 자동화된 사고 루프에서 벗어나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행동과 환경을 바꿔 사고의 흐름을 전환하는 실천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지은이 벳시 홈버그 박사 자신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배우자와 이별한 뒤 극심한 우울과 자기 비난을 겪었다. 부정적 사고의 늪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는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의 정체를 파헤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수많은 심리학·뇌과학·행동과학 연구 사례를 분석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비롯해 실제로 부정적 사고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얘기를 탐구했다.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살피느라 정작 그와의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는 20대 여성부터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리지 않고 걱정하느라 수면 부족과 긴장성 복통에 시달리는 30대 직장인, 언젠가는 파산해 노숙자 신세가 될 것이란 공포 속에 지나치게 절약하며 당장의 기쁨을 모두 포기하는 40대 주부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부정적 악순환의 스위치를 끄는 방법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책은 자신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행동 가이드를 통해 지금 내 머릿속에서 어떤 사고 패턴이 작동하고 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도록 돕는다.

책을 읽으며 즉시 시도해볼 수 있는 간단한 연습 활동도 담겨 있다. 일상 속에서 시도할 수 있는 작은 행동만으로도 뇌의 작동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과잉사고와 자기 검열, 가짜 불안, 만성 스트레스 등 자신을 억누르는 부정적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 실용적인 변화의 계기가 돼 줄 책이다. 256쪽, 1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