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나와서 죽었다" 발언까지…'74명 사상' 대전 참사 대표 녹취에 발칵

입력 2026-03-24 23: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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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손주환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안전공업 본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손주환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안전공업 본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난 대전 안전공업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던 모습과 달리, 내부 회의에서는 거친 언행이 이어진 정황이 확인됐다.

24일 SBS 등에 따르면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는 화재 발생 이후 대전시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유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22일 현장에서 별도의 발언을 자제한 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같은 시기 회사 내부에서는 다른 분위기의 발언이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SBS가 확보한 약 6분 분량의 녹취에 따르면 손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 대화동 공장에 임직원들을 모아 회의를 진행하며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녹취에서 손 대표는 제보자 색출 필요성을 언급하며 "야, 어떤 X이 (기자랑) 만나는지 말하란 말야. 뉴스에 뭐 '사장이 뭐라고 큰 소리 치고 후배들에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한 (회사의) 변명(해명)이 전혀 없는거야"라고 말했다. 자신이 평소 폭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이 섞인 표현이 이어졌다.

또한 회의 도중 유가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자 "뭘 가만히 있어봐. 유가족이고 XX이고 간에"라고 말하는 등 부적절한 표현을 했다.

이날 회의에는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직원들도 포함돼 있었으나 또다른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다. 그는 "이번에 타 죽은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 늦게 나온 사람이 (죽었어). 늦게 나오면 돼, 안 되겠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래서 조장·반장·리더가, 대표가 죽은 거야. 집에 어머니가 자식이 누구 불에 타 죽을까 봐 뒤돌아보다가 늦어서 죽은 거야"라고 언급하며 희생 상황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희생자의 실명을 거론한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가족이 손 대표의 발언을 제지하면서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표 가족은 참석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대표 가족은 "결국은 지금 이런 상황 이겨내고 어떻게든지 다시 재건해서 우리가 회사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 사장님 행위에 대해서 너그럽게 생각해주길 부탁드립니다. 잘 이해해 주십시오. 제가 미안해요"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손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며, 경찰도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노동계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한국노총 안전공업지부는 손 대표의 발언 여부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 측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임원진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발언 등은 본사의 주요 보직자·임원과 동석한 자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발언이 나온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피해 보상과 엄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