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사망' 영덕풍력발전기, 전국서 가장 오래됐다…"철거하기로"

입력 2026-03-24 16:42:39 수정 2026-03-24 16: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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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발생한 사고, 주요 원인은 '날개 결함'…설계수명 다한 풍력발전기는 '흉기'

23일 화재가 발생한 영덕 풍력발전기 21호기가 24일에도 불길을 머금은 채 위태롭게 서 있다. 박승혁 기자
23일 화재가 발생한 영덕 풍력발전기 21호기가 24일에도 불길을 머금은 채 위태롭게 서 있다. 박승혁 기자

경북 영덕군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19호기·1.65MW) 화재로 40~50대 작업자 3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24일 이곳 일대 풍력발전기 24기가 모두 철거된다.

24일 영덕군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 사망사고 발생 이후 운영사인 영덕풍력(주)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긴급회의를 갖고 영덕 풍력발전단지 내 24기의 풍력발전기를 모두 철거하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이 풍력발전기들은 설계수명 20년이 모두 끝난 상태고, 안전점검을 받은 이후에도 연이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이상 존치할 수 없다는 게 철거의 이유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풍력발전기 24기(39.MW)는 모두 철거되고, 새 풍력발전기 7기(43.4MW)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기초공사 중이며, 내년에 완공된다.

경찰, 소방 등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서 풍력발전기의 불이 완전히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승혁 기자
경찰, 소방 등 관계자들이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에서 풍력발전기의 불이 완전히 꺼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박승혁 기자

◆화재 진화와 사고 원인 규명에 총력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24일 이른 아침까지도 사망자 시신 수습이 이어졌다. 위태롭게 매달린 날개(블레이드) 1개도 언제 떨어질지 몰라 시신 수습에 경찰 특공대가 투입됐다.

풍력발전기 상부 타워와 날개 끝 부분에는 여전히 불길이 벌겋게 올라왔다.

기둥에 남아있는 날개를 제거해야 본격적인 진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타워 내부에 남아있는 기름도 진화의 걸림돌로 지적 받고 있다. 앞서 날개 2개는 불길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관계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당국은 사망 작업자 2명이 날개 사이의 틈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날개 균열을 보수하기 위한 작업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고, 이와 관련된 원인 물질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또 정확한 화재 발생 장소 파악에도 주력하고 있다. 영덕 풍력발전기는 타워 내 이동방식이 사다리형(80m)이어서 발생장소에 따라 대피 가능 여부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우선 사고 발생 당일 업체 관계자 등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다. 또 화재 당시 작업 과정, 안전관리 실태, 안전수칙 준수여부, 사고원인 등에 대한 조사와 함께 숨진 작업자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 영장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안전 확인 후 합동감식을 진행할 것"이라며 "안전관리 부실 여부와 책임 소재 등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기둥 끝 부분에 균열이 보이고 있다. 이곳 발전기 24기는 모두 수명이 만료됐다. 박승혁 기자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기둥 끝 부분에 균열이 보이고 있다. 이곳 발전기 24기는 모두 수명이 만료됐다. 박승혁 기자

◆설계수명 다한 풍력발전기는 '흉기'

지난달 2일과 이달 23일 발생한 영덕풍력발전 단지 내 풍력발전기 사고는 '날개(블레이드)'로 귀결된다. 앞서 사고는 길이 40m, 무게 5t에 달하는 날개 한쪽 접지면이 바람에 조금씩 벌어지면서 결국 이탈해 멀쩡히 가동되던 발전기 기둥을 꺾어버렸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설계수명을 다한 발전기를 더 가동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본격 제기됐다.

23일에도 날개 부분에서 결함(균열)이 생겨 이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운영을 염두에 두고 블레이드와 내부 발전기 등 핵심 부품만 교체하는 '리파워링' 작업을 한 것이다.

영덕 풍력발전기는 2005년 3월 스페인 베스타스에서 제작했다. 24기 모두 준공(2006년 1월)한 지 20년 넘은 노후 풍력발전기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됐다. 우리나라에 20년 이상된 노후 풍력발전기는 모두 26기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는 9기 시·군에서 총 222기다. 영덕을 제외하곤 대부분 최근에 건설됐다. 다만, 영양의 일부 풍력발전기는 2009년 설치돼 설계수명이 다가오고 있어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부실한 풍력발전기 내부구조가 비상시 대피를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강원도 등에 지어진 풍력발전기는 승강기와 같은 이동시설이 설치돼 있어 대피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

반면,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는 사다리를 타고 안전고리에 의지하며 이동해야 하기에 이번처럼 화재 발생 시 내부에 있던 근로자들이 지상으로 신속하게 대피하기엔 어려움이 컸다는 것이다.

또한 별도 장치나 긴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 매뉴얼 등도 없었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연이은 사고에서 보듯 준공 20년이 넘어 수명을 다한 풍력발전기는 평소에도, 비상시에도 언제든 인명을 해칠수 있는 시설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대해 영덕풍력(주) 측은 "지난해 5월 외부기관 종합안전검사를 벌여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아 조금 더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사고 이후 가동을 모두 중단한 상태에서 점검을 받았는데 또다시 큰 사고가 발생해 너무 송구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