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접수 건수 증가 불가피…현 인력으로 한계
법왜곡죄 구성요건 가치판단 영역이 있어, 명확성 원칙 문제
사법개혁 3법, 충분한 연구·의견 수렴 거쳤어야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등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적지 않은 혼선을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제도가 시행되면서 현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례 없는 제도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 사법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인물이 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 김창종 법무법인 법연 고문변호사다.
김 변호사는 1980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대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김천지원장과 의성지원장, 제41대 대구지방법원장, 초대 대구가정법원장을 지냈다. 이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재직하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 우리 헌정사에서 의미가 큰 주요 사건 심리에 참여했다.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친 그는 법복을 벗고 대구로 내려와 법무법인 법연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사법개혁 3법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재판소원제 대응을 위해 지역 최초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분석과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헌법재판관 출신 변호사는 김 변호사가 유일하다.
33년간 법관으로 재직한 그를 매일신문이 만나 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진단과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법관과 헌법재판관으로 오래 재직했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뿐만 아니라, 유신헌법상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제2호·제9호 위헌사건, 간통죄, 성매매처벌법, 국회선진화법,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됐던 사건을 처리했다.
합헌으로 결론이 난 사건이지만, 개인적으로 위헌의 소수의견을 개진한 사건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만 16세 청소년들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강제적 셧다운제'사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판결에는 이유를 기재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법조항, 인명용 한자 제한 사건, 학원의 심야교습을 제한한 학원법 조항, 그리고 부정청탁금지법 등에서 위헌의 소수의견을 제시하였다. 그 중 특히 '강제적 셧다운제'는 위헌 소수의견이 받아들여져 합헌결정이 있은 후 8년 만에 폐지되었다.
▶ 재판소원제 도입이 '4심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종래에는 확정판결에 대해 다시 다툴 수 있는 길은 재심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재판소원이 인정되니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확정판결에 대하여도 다시 한 번 더 판단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4심제가 됐다고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재판소원은 기본권의 의미와 효력에 관한 헌법해석만을 다시 심사하는 제도다. 특히 재판소원이 허용되는 사유는 3가지(헌재 선례 위반, 적법절차 위반, 명백한 기본권 침해)로 한정되어 있어서, 전형적인 4심제 도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 역시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더라도 법원의 고유권한인 사실 확정이나 법률의 해석·적용 권한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사건 증가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처리 역량은 충분한가.
-재판소원 도입으로 사건 접수가 대폭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헌법재판소 자체 분석에 따르면 1년에 1만~1만5천건 사이로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가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한 6년간 모든 헌법소송의 총 접수 건수가 1만3천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접수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헌법재판소 인력으로는 폭증하는 사건을 제때 처리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조속히 헌법연구관 등 연구 인력과 사무처 직원의 증원이 시급한 과제다.
또한 재판소원의 대상은 '확정된 판결'이 아니라 '확정된 재판'이다. 법원의 '재판'에는 판결, 결정, 명령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예컨대 보석불허가결정이나 기피신청기각결정 등에 대하여도 재판소원 허용 사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재판소원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법원판결 뿐 아니라 1, 2심 판결로서 확정된 판결도 모두 포함됨은 물론이다. 따라서 재판소원의 대상을 '확정된 재판'으로 규정함으로써 사건 접수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지정재판부 사전심사 기간 30일은 현실적인가.
-헌법재판소법은 지정재판부에서의 사전심사 기간은 30일로 제한하고, 30일이 지날 때까지 각하 결정이 없으면 전원재판부로 회부하는 결정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2조 제4항). 따라서 지정재판부는 30일 이내에 재판소원을 비롯한 헌법소원 청구가 과연 적법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심사하여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각하하고, 적법요건을 갖추었다면 전원재판부로 회부하여야만 한다.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는 재판소원이 많이 접수될 것에 대비해 15년 이상 경력 헌법연구관 8명을 사전심사 전담 연구 인력으로 새로 배치했다고 한다. 그러나 헌법연구관의 대폭 증원 없이 이런 임시조치만으로 과연 수많은 재판소원사건을 사전심사 기간 안에 제때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인 생각으로는 이번 기회에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지정재판부의 사전심사 기간을 현행 30일에서 3개월 정도까지로 확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제도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판결 처리 기간이 4개월인 점도 참작할 만하다.
▶ 신설된 '법왜곡죄'에 대한 평가는.
-법왜곡죄 중 제2호 및 제3호는 직권남용죄와 증거인멸죄 등 형법의 다른 처벌 조항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한 범죄 행위다. 그 형량만 높인 것으로 보여서 크게 문제될 소지는 없어 보인다.
다만 제1호의 구성요건 중 '의도적으로' 부분과 단서에 '법령 해석의 합리적 범위에서 이루어진 재량적 판단'이라는 부분은 그 표현이 불명확할 뿐 아니라 가치판단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법왜곡죄로 기소된 피고인으로서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대법관 증원에 대한 견해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너무 많아 이를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법관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관 수 증원에 앞서서 그 보다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사실심인 1, 2심을 강화하여 대부분의 사건이 하급심에서 종결되도록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급심 법관을 대폭 증원함으로써, 미제사건 처리에만 급급하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해 충실한 사실심리를 다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대법원 상고사건이 점차 감소할 것이다. 10년, 20년 장기 로드맵을 세워 사실심의 조직이나 예산 등 각종 제도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그 외에 우수한 법관이 법원을 쉽게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경제적 지원과 법관으로서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갖도록 모든 국민이 응원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무법인 법연에서 재판소원 대응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앞으로 계획은.
-서울의 많은 대형 로펌에서는 이미 TF를 꾸려 재판소원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서울 아닌 대구에서 TF를 꾸린 것은 우리 법무법인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재판소원 청구를 위한 절차적 적법요건과 실제적 청구사유를 중심으로 제도의 핵심내용을 잘 정리하여 재판소원에 대응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정한 사전심사의 기준과 결정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미력하게나마 기여하고자 한다.
▶ 현 사법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사법제도는 그 당시 시대 변화에 맞춰 보완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 번 바뀐 제도를 다시 손질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사법체계를 크게 바꾸는 제도 도입은 앞으로 최소한 50년을 내다보고 충분한 연구와 함께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 사법개혁 3법은 이러한 숙의 과정이 충분히 거친 후 통과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은 것 같다. 부디 앞으로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입법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되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