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불 1년] 폐허 속에서 희망을...경북도, '혁신적 재창조' 통해 산불 피해 지역 복구한다

입력 2026-03-22 13:09:38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조 피해 남긴 '괴물 산불'…특별법·산림특구로 재건 시동

지난해 3월 30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에서 한 이재민이 산불로 폐허가 된 집에서 쓸만한 가재도구를 찾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3월 30일 의성군 단촌면 하화리에서 한 이재민이 산불로 폐허가 된 집에서 쓸만한 가재도구를 찾고 있다. 매일신문DB.

'산에서 난 불이 바다를 태웠다.' 지난해 3월22일 낮 11시25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부주의'로 발생한 산불은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을 타고 직선거리 약 80㎞이 넘는 영덕까지 삽시간에 번졌다. 약 150시간 이어진 산불은 183명(사망자 27명 등)의 인명 피해를 비롯해, 축구장 약 14만개에 달하는 9만9천417㏊의 산림을 태웠다. 또한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운람사를 비롯해 문화유산 31개소가 소실됐으며 재산 피해액만 1조500억원, 복구비는 1조8천31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 피해를 입은 5개 시·군은 '소멸위기' 지역으로 산불 이후 제대로 된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멸위기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상북도는 '혁신적 재창조'를 통해 산불 피해 지역을 복구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으며 특별법에 마련된 산림투자선도 지구, 산림경영특구 등 각종 특례를 통해 폐허 속에서 재건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3월 26일 오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왕산국립공원에 능선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있다. 화선 아래에는
지난해 3월 26일 오후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 주왕산국립공원에 능선을 따라 불길이 번지고 있다. 화선 아래에는 '천년고찰' 대전사가 자리 잡고 있다. 메일신문DB.

◆단일 산불 최초 '특별법' 제정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산불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단일 산불로는 최초로 특별법을 통한 피해 복구의 길이 열리면서 지자체 뿐 아니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초대형 산불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산불 피해를 위해 편성된 예산만 1조원이 넘는다.

특별법은 지난 1월 시행돼 앞으로 1년 간 피해 시·군의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산불 피해 추가 신청을 접수받는다. 지난 12일 기준 신청 건수는 약 3천300여건으로 도는 다음달 말까지 집중신청 기간을 운영해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피해 복구를 지원한다.

특별법은 피해 복구 뿐 아니라 각종 특례 조항을 통해 산불 피해 지역의 새로운 시설 조성도 가능하도록 했다. 우선, 산림투자 선도지구의 경우엔 규제완화와 민간 투자를 결합해 산불 피해 지역에 관광·레포츠 시설 건립을 추진한다. 현재 안동·영덕 등에 투자 유치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산림 경영특구의 경우엔 산주·지역주민이 참여하는 협업경영체제 구축이 목표다. 이미 도는 의성군 점곡면 일원 약 425㏊ 부지를 지난 17일 산림경영특구로 지정·고시했다. 이곳엔 약 200억원을 투입해 밀원 숲을 조성하고 양봉산업과 연계해 임업인들에게 고부가가치 소득 기반 마련에 나선다.

일주일째 이어졌던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지난해 3월 28일 영양 석보면과 영덕 지품면 경계 지역 표지판이 검게 그을려 화염이 지나갔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DB.
일주일째 이어졌던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가 완료된 지난해 3월 28일 영양 석보면과 영덕 지품면 경계 지역 표지판이 검게 그을려 화염이 지나갔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신문DB.

◆산불 피해지역, '혁신적 재창조'로

북동부권 5개 시·군을 집어 삼킨 초대형 산불은 발생 약 150시간만에 진화됐다. 경북도는 산불 진화 이후 곧장 '사라지는 마을을 살아나는 마을로'라는 비전을 세우고, 피해 지역의 재건을 구상했다. 이는 단순히 숲을 복원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모여들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겠다는 목표를 담는다. 특히, 산불 피해 5개 시·군 모두 심각한 소멸 현상을 겪고 있어 자칫 피해 복구가 늦춰지거나 방향 설정이 어긋날 경우엔 지역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또한 매우 컸다.

도는 피해지역의 재창조를 위해 사업 주체를 공공, 민간으로 나눠 5대 분야(공동체, 산림생태, 문화관광, 농임업·농촌, 환경에너지) 38개 핵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총 88건(공공주도 57건, 민간주도 31건)의 관련 산업을 발굴해 산불 피해 지역을 개발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동체 복원 등을 위해선 복합재난 대응 압축도시 조성, 농업분야에선 스마트과원 조성과 산채스마트팜 혁신단지 건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기후변화 여파로 인해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 복합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복합재난 대응 경북형 압축도시'의 경우엔 당장 내년부터 향후 5년 간 청송·영덕 2곳에서 총 800억원을 들여 시범사업으로 시행된다. 이곳엔 주택과 공공시설 등을 거점화 하고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안전망 등을 구축해 마을의 행정서비스 효율화와 공동체 회복 지원 등이 추진된다.

경북도 산불 피해복구 상황 점검 회의. 경북도 제공.
경북도 산불 피해복구 상황 점검 회의. 경북도 제공.

◆산불 피해주민에게 '실질적 지원'을

도는 산불 피해 복구 이후 신설·운영해 온 산불피해재창조사업단을 지난 19일부터 '산불 피해지원 및 재건 대책반(T/F)'으로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T/F는 조속한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국무총리 산하 '피해지원 및 재건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도 각 실·국이 추진해 온 산불 지원·복구 사업을 총괄하고 위원회 심의·의결 등을 통해 빈틈없는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게 목표다.

TF는 앞으로 행정부지사를 중심으로 ▷총괄 ▷행정지원 ▷피해지원 ▷재건·재창조 등 4개 분문으로 운영된다. 총괄부문의 경우엔 특별법 시행에 따른 추가 피해 지원을 총괄하며 산불 피해 주민 및 단체 지원, 산림경영특구 조성 등의 업무를 맡는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정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 피해주민과 피해 지역이 산불 피해를 극복하고 더욱 활기찬 곳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