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1년] 경북 산불 1년…복구는 더디고 삶은 여전히 '임시'

입력 2026-03-22 14: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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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산림 9만9천417ha 태우고, 183명 사상자
고운사 전각 잿더미…자연은 회복, 문화재는 지연
임시주택 800여 동 여전…전기요금·보상 이중고
산업시설은 조금식 재가동, '삶의 복원 대책 시급

지난해 봄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무너진 청송 사남고택(오른쪽 검은 천)과 관리동의 모습. 전종훈 기자
지난해 봄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무너진 청송 사남고택(오른쪽 검은 천)과 관리동의 모습. 전종훈 기자

지난 19일 오전, 안동시 길안면 현하리의 한 이재민 임시컨테이너 주택단지.

7평 남짓한 컨테이너 안에서 만난 올해 구순의 박 모 할머니는 이곳에서 맞는 두 번째 봄을 준비하고 있었다. 산불로 집을 잃은 뒤 임시 거처에 머문 지 어느덧 1년이 다 돼간다. 작은 전기장판과 낡은 살림살이가 전부인 공간은 사람이 몸을 겨우 누일 만큼 비좁았다.

할머니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보상금 이야기가 나오자 시선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들 수술비로 거의 다 써버렸데…."

남은 돈으로는 새 집을 지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산불 이재민들에게 이 할머니의 사연이 남일같이 않았다.

지난해 3월 22일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으로 순식간에 번졌으며 28일 주불진화가 완료될때까지 경북에서만 9만9천417ha의 산림을 태웠다. 대형 산불로 27명이 사망하고, 37명이 중상을 입는 등 183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

특히, 5개 지역에서3천819동의 주택이 불에 타 3천323세대, 5천499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화마에 빼앗기고 지금까지 임시거주시설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이재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2일 경북 북부를 덮친 대형 산불 발생 1년이 다가오지만 피해 지역 곳곳에는 여전히 깊은 상흔이 남아 있다. 문화재와 산림은 더딘 복구를 이어가는 반면, 이재민들은 임시주택 생활 속에서 생활비와 보상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의성군 단촌면 구계리 고운사는 피해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웅전 앞마당에는 불에 타 깨진 범종만 남았고, 연수전과 가운루, 극락전 등 주요 전각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을린 흔적과 빈 터만 남았다.

사찰 입구 소나무 숲 역시 대부분 불에 타 훼손됐으며, 일부는 벌목돼 향후 문화재 복원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만 사찰림에서는 대나무와 참나무류가 자라는 등 자연복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운사 주지 등운 스님은 "자연복원 선택이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전각 복원도 순조롭게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구계2리 고운마을은 25가구 중 19가구가 전소돼 주민들이 9평 남짓 임시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일부 가구는 월 40만~70만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지원에도 생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주민들은 농기계와 농산물, 비닐하우스 피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송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남고택은 기초석만 남았고, 상가 재건은 건축비 상승과 토지 경계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 일부 상인은 재건을 포기한 상태다. 안동시에서는 현재 임시주거용 조립주택 800여 동이 여전히 사용 중으로, 상당수 이재민이 장기 임시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산업시설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 중이다. 안동 남후농공단지는 상당수 업체가 재가동에 들어갔다. 동시에 안동시는 산불 피해지를 '산림투자선도지구'로 지정해 민간투자를 유치하고, 관광·산업·농업이 결합된 미래 성장 기반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눈에 보이는 복구를 넘어 삶을 되돌릴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