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원대 들여온 휘발유, 1700원대 팔아야… 수천만원 손실
정유사는 차액 보전받지만 주유소는 적자 판매…현장 불만 확산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26일 이후 가격 급등 가능성 우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통해 유류 가격 안정에 나서면서 소비자 부담은 줄었지만, 일선 주유소들은 재고 손실을 떠안으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이 단기적인 소비자 안정 효과는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에도 급격한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유류 최고가격을 설정하고, 정유사에는 공급가격과의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관리하고 있다.
19일 현재 고시된 최고가격은 휘발유 1천724원, 경유 1천713원, 등유 1천320원이다. 해당 가격은 지난 13일부터 시행됐으며, 2주 후인 26일 다시 고시될 예정이다. 현재 국제유가 흐름을 고려할 때 다음 고시 가격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만으로 시장 흐름을 장기간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인위적으로 눌린 가격이 조정 시점에 한꺼번에 반영될 경우 소비자 가격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선 주유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정책 시행 이전 확보한 재고 유류다. 주유소들은 국제유가 상승 전망에 따라 3월 초 이미 리터(ℓ)당 1천900~2천원대 가격으로 유류를 대량 구매했지만, 이후 정부가 판매가격을 낮추면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구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정부 정책으로 유류 가격이 내려간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현장 주유소들은 사실상 손해를 보며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비싼 가격에 들여온 유류를 정부 기준에 맞춰 가격을 내리다 보니 일주일 만에 3천만원가량 손해를 봤다"며 "재고가 많은 곳은 손실이 1억원 이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주유소들은 재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3월 초 확보한 유류는 판매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구조다.
이에 주유소협회는 지난 13일 열린 '석유시장 점검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현재 주유소 판매가격의 1.5%로 책정된 카드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 주유소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1천900~2천원)을 내걸 경우 곧바로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의 점검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구 지역 주유소 대표 B씨는 "가격이 최고가격보다 조금만 높다 싶으면 곧바로 시청과 구청 단속은 물론 경찰까지 단속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주유소에서 구입가가 적힌 거래명세서를 보여주면 단속반도 현실을 이해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푸념했다.
주유업계에서는 현재 가격 체계가 유지되는 동안 재고를 최대한 소진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응책이다. 26일 이후 새로운 기준가격이 발표되면 국제유가 상승분이 반영돼 다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보유한 고가 유류를 하루 빨리 소진하고 26일 이전에 1천700원대 유류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성구 한 주유소 관계자 C씨는 "3월 초 확보한 유류는 단가가 높아 우선 모두 소진해야 하는 처지"라며 "유가 상승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26일 이전에 정유사로부터 추가 물량을 확보해야 지금까지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