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으로 기존 수출 경로가 흔들리면서 대구 섬유업계가 북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적 지연과 결제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특정 지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출 경로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31일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에 따르면 중동 시장 의존도가 높은 대구 섬유업계는 최근 물류와 결제 등 전방위적 충격을 동시에 받고 있다. 호요승 KTC 센터장은 "대구 섬유는 여성용 차도르와 남성용 토브 등 직물 중심 제품을 기반으로 중동 수출 비중이 높은 구조"라며 "특히 이란은 약 7천만명의 인구를 가진 최대 시장으로, 제재 상황에서도 터키·두바이·사우디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출 현장에서는 ▷선적 지연 ▷해상 물류 차질 ▷결제 지연 등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항구 운영 차질로 바이어가 선적을 중단하거나 이미 출항한 물량이 입항하지 못해 체선료가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현지 판매 중단으로 대금 회수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대구시와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의 대(對)중동 수출액은 3억3천만달러(약 5천억원)로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했다. 중동으로 수출하는 지역 기업은 총 258개사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기업은 48개사로 조사됐다.
이들 48개사 중 27개사는 섬유업체였고 나머지는 자동차, 철강, 화장품, 전자·전기, 의약품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이 가운데 연간 무역액이 500만달러(약 75억원)를 넘는 기업은 5개사로 일부 기업에 수출이 집중되는 구조도 나타났다. 기업들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사와 가공비가 동반 상승한 데다 전쟁 보험료와 운송비까지 두 배 이상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 구조의 취약성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터키를 거쳐 중동으로 수출하던 경로는 반덤핑 문제로 이미 한 차례 제약을 받았고, 이후 확대된 두바이와 사우디 시장 역시 최근 불안정성이 커지며 수출 경로가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북아프리카와 이슬람권 신흥 시장으로의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이집트, 오만 등이 대안 시장으로 거론되지만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큰 만큼 개별 기업이 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호 센터장은 "신규 시장은 리스크가 커 기업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수출보험 등 정책 지원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시장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지 바이어와의 직접 접촉을 강화하는 영업 방식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KTC는 해외 전시회 참가 확대와 바이어 로드쇼, 현지 에이전트 활용 등을 통해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호 센터장은 "현재 터키와 모로코를 거점으로 북아프리카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