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시행으로 판·검사 고소·고발 많아질 예상
수사대상에 오른 법조인, 사표 수리 불가해…변호사 개업도 못해
판결과 수사 과정에서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판·검사를 처벌하기 위해 도입된 '법왜곡죄'가 시행 초기부터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사법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무분별한 고소·고발 증가와 현직 법조인의 직무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도 보완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법왜곡죄 수사 대상에 오를 경우 사표 수리가 제한돼 변호사 개업 등 진로 선택이 사실상 막히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일 사안에 대한 반복 고소를 제한할 장치도 미흡해 법조인들이 지속적인 송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법조계 안팎에서 커지는 분위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시행된 법왜곡죄는 타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침해할 목적으로 법을 왜곡한 형사법관(판사)과 검사를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처벌 수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판결이나 수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당사자들의 고소·고발이 급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법왜곡죄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고발당했고, 지난 14일에는 스마트솔루션즈(전 에디슨EV) 주주연대 대표 A씨가 이른바 '쌍용차 먹튀 의혹' 1심 재판을 맡았던 김상연 부장판사를 고소했다.
◆고소 난무…변호사 개업 제동
문제는 현직 판·검사가 법왜곡죄 사건에 연루될 경우 사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공무원법과 법관징계법은 공무원이 수사기관에 입건돼 조사가 진행 중일 때 퇴직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던 법조인들의 진로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판·검사는 일정 기간 공직을 수행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는데, 수사가 진행 중이면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개업 시기가 불가피하게 늦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직 A 검사는 "현재도 수사 대상이 되면 사직이 수리되지 않아 원하는 시기에 떠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법왜곡죄 도입 이후 이런 상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형사재판부 기피현상 심화
동일 사안의 반복 고소·고발을 제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판결에 불복한 당사자가 법 왜곡 여부를 주관적으로 판단해 사건을 반복 접수할 수 있어 법조인들이 연쇄적인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 대상이 될 경우 본연의 업무 수행에도 부담이 커진다. 조사 과정에서 개별 소명 절차가 필요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급 B 법관은 "부당 소송 대응팀의 지원이 있더라도 사실관계 정리와 반박 자료 작성은 결국 당사자가 직접 해야 한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재판에 집중하기보다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시간을 쓰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도 법원장들은 "형사법관에 대한 고소·고발 등 외부적 부담의 증가로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형사 재판에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