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영향권 5국에 동시 요청…정부 "안전 방안 검토" 원론 답변만
파견되더라도 다국적군 활동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달라"라고 촉구하자 청와대는 "신중히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받는 국가'들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언급하면서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며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제 물류 정상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미 행정부의 공식 요청이 접수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수송 안전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인 데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 마비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부로서도 대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실제 해군 함정을 보낼 경우 작전의 위험성이 매우 크고 국회 비준 동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따질 게 많은 상황이다. 지난달 28일 전쟁 발발 직후 이란의 공격으로 최소 16척의 민간 상선이 이란의 공격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협 전체 폭은 약 33㎞이지만, 실제 대형 상선이 지날 수 있는 폭은 편도 3.7㎞에 불과하다. 호송 작전이 실제로 이뤄져 선단이 해협을 지날 때 이란군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정부는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요청을 해오면 우선 청해부대 파견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는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작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돼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한국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될 경우 다국적군으로 활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부대 임무가 달라져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에 제출된 청해부대 파병 동의안에는 파견 지역을 아덴만 해역 일대로 지정하고 있다.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국내 기업들의 사정이 악화되는 것도 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국내 유조선은 7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각 한국의 하루 석유 소비량 수준인 약 200만 배럴씩 실려 있다. 일주일치 국내 석유 소비 물량의 운송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더 길어질 경우 국내 원유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석유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품귀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들의 나프타 원료 비축량은 약 1~2개월 분량에 불과한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