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억원 들인 섬유 거점 10년…입주기업 17%만 섬유

입력 2026-03-16 14:4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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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인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가 섬유기업 비중 감소와 산업 생태계 약화 속에 당초 목표였던 섬유 산업 집적 거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촬영된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전경. 매일신문DB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인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가 섬유기업 비중 감소와 산업 생태계 약화 속에 당초 목표였던 섬유 산업 집적 거점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2년 촬영된 대구 동구 봉무동 이시아폴리스 전경. 매일신문DB

대구텍스타일콤플렉스(DTC)는 대구 섬유·패션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1천130억원을 들여 동구 이시아폴리스에 조성된 시설이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비전이었던 글로벌 패션 마케팅 전진기지를 구현하기 위해 추진된 상징적 건축물로 2015년 정식 개관했다. 부지면적 1만3천732㎡, 연면적 4만9천667㎡ 규모로 지하 2층~지상 9층 건물로 건립됐으며 현재는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가 시설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몰락한 '밀라노 프로젝트'의 흔적○

문제는 섬유 산업 지원 거점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다양한 업종이 혼재된 일반 업무시설에 가까운 구조라는 점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DTC 전체 121개 임대 공간 가운데 기타 업종이 61개(50.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공공기관 사용 공간은 32개(26.4%)였으며 섬유 관련 기업은 21개(17.4%)에 그쳤다. 공실은 7개로 5.8%로 집계됐다.

섬유기업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오히려 감소했다. 섬유기업 수는 2023년 25개에서 2024년과 지난해 각각 20개로 줄었고 올해도 21개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섬유기업 비중은 20.7%에서 17.4%로 떨어졌다. 전체 임대율은 93.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상업시설 임대율은 75.9%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와 일부 기업의 운영 전략 변경에 따른 지점 폐쇄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재정 운영은 대구시 지원에 의존하는 구조다. 대구시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1억4천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했다. 해당 예산은 시설 용역비와 공과금 등 건물 유지 관리 비용으로 사용됐다. 같은 기간 임대수입은 연간 약 10억원 수준으로 대구시 보조금과 비슷한 규모다.

건물 내부에는 섬유박물관과 비즈니스센터, 다목적홀, 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으며 섬유 산업 전시와 비즈니스 지원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섬유박물관의 연간 관람객은 2023년 6만3천773명에서 2024년 5만9천698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6만8천46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은 약 200명 수준이다.

지역 산업계에서는 DTC가 당초 목표였던 섬유 산업 집적 거점 역할을 얼마나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

DTC가 들어선 이시아폴리스 역시 밀라노 프로젝트의 비전을 찾아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이시아폴리스는 '패션어패럴밸리'라는 이름으로 동구 봉무동 일대를 글로벌 패션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후 개발 구상이 확대되면서 사업 명칭이 이시아폴리스로 바뀌었고 주거·상업·산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신도시 형태로 조성됐다.

그러나 초기 계획이었던 대형 패션기업 집적과 글로벌 패션 산업 거점 조성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실현되지 못했다. 현재는 DTC와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 등이 당시 사업의 흔적을 보여주는 시설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건물은 연구원 해산이 결정된 지난 2024년 매각됐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학계에서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분석돼 왔다. 2010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석사논문 '지역산업육성정책 실패에 관한 연구'에서는 프로젝트 실패의 원인으로 산업 인프라 중심 정책과 산업 생태계 연계 부족 등이 지적됐다.

연구에 따르면 신제품개발센터와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등 여러 시설이 구축됐지만 연구개발과 생산, 디자인 공정 간 연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산업 고부가가치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기업들이 정부 지원에 의존하면서 자발적인 기술 혁신이 부족했던 점도 실패 요인으로 분석됐다.

논문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구조적 한계를 두고 "업계는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자발적인 혁신 노력이 부족했고 중장기적인 기술개발 투자보다 당장의 수익을 위한 기술 모방 등 근시안적 태도를 보였다"며 "각 섬유단체들이 개별 이익만 추구하면서 산업 전체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