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조규덕 ] 치킨 넘어선 혁신, 100년 신사업을 짓다

입력 2026-03-09 13:17:09 수정 2026-03-09 15: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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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덕 사회2부 기자

조규덕 사회2부 기자
조규덕 사회2부 기자

지난 몇 주간 충북 충주와 진천, 경북 영양, 강원 고성까지 교촌의 신사업 현장을 취재했다. 친환경 패키징 생산 라인, 철저하게 물기를 차단한 위생적인 소스 공장, 360년 전통 레시피를 되살린 양조장 터, 그리고 정통 방식의 맥주 발효 탱크까지. 이 현장들을 둘러보며 기자의 머릿속을 맴돈 질문은 하나였다.

'외형적인 점포 확대에만 매몰되지 않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처럼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혁신에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눈앞의 결과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이 뚝심의 배경을 찾아 거슬러 올라간 곳에는 1991년 창업 초기의 치열했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었다.

1991년 경북 구미시 송정동. 실면적 10평 남짓한 '교촌통닭' 1호점에서 권원강 회장은 전 재산 3천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여름 기온이 35℃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 배달용 승합차 안의 온도는 50도를 넘겼지만 그는 시동을 걺과 동시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굳게 닫았다. 갓 튀긴 치킨이 냉기에 식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땀으로 흠뻑 젖어가며 요령을 피우지 않았던 이 일화는 거창한 기업가 정신이라기보다 가족을 부양하고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절박한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전국 4곳의 신사업 현장에서 기자가 확인한 것은, 과거 50도 찜통차 안에서 흘렸던 생존을 향한 땀방울이 기업 밖을 향해 '공존'의 철학으로 확장된 모습이었다.

충북 진천의 소스 공장(비에이치앤바이오)은 원가 절감 대신 전국 농가와의 100% 계약재배를 택했다. 잦은 장마 등 기후 리스크를 기업이 나누어 지며 농가와 상생하는 길을 찾은 것이다. 나아가 물기 하나 없는 '건조식(Dry) 공장' 운영과 용기 내부 진공 흡입 등 철저한 위생 관리를 통해 소스 수출을 위한 탄탄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다.

인구 1만5천여 명의 경북 영양군에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발효공방'을 짓고 전량 지역 고추를 수매 중이다. 360년 전통의 '음식디미방' 레시피를 복원한 프리미엄 탁주는 APEC 공식 후원주로 선정되는 성과를 내며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더하고 있다.

강원 고성의 수제 맥주 공장(문베어 브루어리) 역시 인공 향료 등 단기적인 유행을 좇는 대신 물, 맥아, 홉, 효모만 사용하는 정통 양조 방식을 고수하며 맥주 본연의 기본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충주 펄테크 공장에서는 환경을 위한 3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진행 중이다. 화학물질 배출 없이 100% 자연으로 돌아가는 친환경 펄프 몰드 패키징을 개발하며 플라스틱 대체 용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넘어선 나눔의 행보도 같은 맥락에 있다. 치킨 한 마리당 20원을 적립하는 기금 조성은 1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과거 교촌의 지원으로 자립에 성공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바르고 봉사단'에 합류해 또 다른 이웃을 돕는 '나눔의 선순환'도 자리 잡았다.

눈앞의 이익이나 쉬운 길을 좇기보다 원칙을 지키려는 교촌의 현장에는 타협하지 않는 묵직한 뚝심이 배어 있었다. 10평 남짓한 낡은 가게에서 시작된 한 가장의 절박함은 35년의 세월을 거치며 농민, 지자체와 상생하고 소외된 이웃과 환경을 함께 고민하는 단단한 기업의 토대로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한 수식어 대신 묵묵한 실천으로 증명해 낸 이들의 상생이, 앞으로 어떤 100년 기업의 청사진을 완성해 갈지 조용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