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 "유가 150달러 땐 성장률 0.8%p 하락"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경제 전문가들은 중동발 유가 급등과 물류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기업 부담이 커지고 소비 심리마저 위축될 수 있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지난달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을 근거로 올해 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62달러를 전제로 산출한 수치다. 하지만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3월 첫째 주 평균 배럴당 86.1달러로, 전주(70.5달러) 대비 15.6달러 급등했다. 정부 전망 전제치와 24달러 이상 벌어진 셈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2.0%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중동 사태 격화 정도에 따라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는 오일쇼크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p)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씨티 연구진도 브렌트유가 배럴당 82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올해 한국 성장률이 0.45%p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가 상승이 물가 불안을 자극하며 경기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경제의 '외날개' 역할을 해온 반도체 수출도 불안 요인이 잠복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사양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쟁 발생에도 AI 관련 주식이 상승하는 것을 보면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가 계속 건설되고 반도체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도 간접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는 대부분 항공 운송을 거치는데, 분쟁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히면 물류 비용 상승과 운송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반도체 핵심 소재 일부를 중동에서 90% 가량 조달하고 있어 공급 차질 시 생산에 직접 영향이 올 수 있다.
삼성전자 윤영조 부사장은 최근 업계 간담회에서 "현재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이 국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제품 단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