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8개 구·군 142개 행정동 분석…동네 특성과 고립사 위험 간 상관관계 분석
심층 인터뷰 통해 고립으로 이어지는 생생한 경험담도 수집
"타지자체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어" 기대
매일신문이 연속 기획보도로 공론화한 '대구 사회적 고립사' 문제가 학계 연구로 이어졌다. 대구 최초로 행정동 단위의 고립 위험군을 분석한 연구보고서가 발표된 것인데, 지역을 넘어 맞춤형 예방 정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선행연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 행정동 특성에 중점 둔 고립 위험 분석
대구보건대 공동연구팀은 '대구 지역 고립사 위험군 분석을 통한 지역사회 맞춤형 예방체계 구축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는 군위군을 제외한 대구 8개 구·군 142개 행정동을 분석 단위로 삼아 고립사 위험군의 공간적 분포와 주요 요인을 살폈다. 인구 구조와 소득 수준 주거 형태 등 행정동별 특성과 고립사 위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 고립사 연구가 개인 특성 분석에 머물렀다면, 이번 연구는 생활공간 구조까지 함께 고려해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고독사 위험군은 특정 권역에 뚜렷한 군집화를 보였다. 달서구 상인3동·월성2동·송현1동·송현2동·신당동, 남구 대명1·3·9동, 수성구 범어2동 등 일부 동네에서 위험군 비율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고립이 집중된 지역은 경제적 취약성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1%포인트(p) 늘면, 인구 1만6천명 규모 행정동 기준 고독사 위험군은 약 8명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 형태 또한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 위험군 군집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에서는 취약계층 비중이 높아지면서 고립 위험이 더 높게 측정됐다.
영구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연구 참가자 A(68) 씨는 "아파트가 복도식인데 추락사한 시체를 10번은 봤다. 나도 우울증이 심한데 복도에서 밖을 보면 나쁜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이곳 주민들은 창 밖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고립사 위험군 생생한 경험 수집
연구진은 고립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사회적 고립이 형성되는 과정을 질적 연구로도 분석했다. 통계 지표만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현실을 살피기 위해 위험군 19명을 만났다.
인터뷰 대상은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됐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특정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 ▷가족 관계 단절 ▷경제적 붕괴 ▷열악한 주거환경 ▷사회관계망 해체 ▷건강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형성되는 '사회적 침전' 현상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고립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공적 개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새롭게 도출해냈다. 참여자는 사회복지사의 방문이나 안부 전화를 '감시' 또는 '죽음의 확인'으로 인식하면서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 B(69) 씨는 "복지사와 공무원이 안부 전화를 하는데, 내가 죽은 게 아닌지 확인하는 것 같아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C(49) 씨는 "누군가 도와주겠다며 찾아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인생을 잘못 살아 쪽방에 오게 됐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사례는 고립사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복지 서비스가 획일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개인의 성향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해선 행정동 단위 데이터를 활용한 조기 식별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인 가구와 노인 비율, 주거 형태 등 지역 지표를 결합한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고립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 강상훈 대구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지자체 단위에서 고립·은둔 규모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없었다. 고립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알아야 맞춤형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연구를 진행했다"며 "이번 연구는 지역별 지표를 면밀히 분석해 고립 위험을 구조적으로 살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다른 지자체가 정책을 설계하는 데에도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일신문은 지난 1년간 취재를 통해 '대구 고립보고서' 기획기사 7편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고립 위험군의 공간적 특성과 주거 유형별 고립 양상을 처음으로 드러내며, 고립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 구조의 문제로 제기했다. 연재 이후 행정과 정치권에서 관련 대응 논의가 이어지면서, 고립 문제를 공공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