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에도 통합법 처리 필요성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 아무리 험지라지만 지역이 발전할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게 되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지 않나."
한 대구경북(TK) 더불어민주당 인사는 기자에게 교착 상태에 빠진 통합법 처리 고충을 토로하면서 TK의 현 상태를 고립무원인 섬에 비유했다.
TK 지역구 현역 의원이 없는 여당에 국한된 이야기이겠지만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고 해도 다수결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정권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여대야소에서 여소야대로 바뀌고, 또다시 여대야소가 됐지만 다수당은 한 번도 바뀌지 않고 계속 민주당이다. 그동안 보수정당은 소수였지만 원내 교섭단체로서 여야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의견을 제시하고 주요 현안을 처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를 거쳐 탄핵 국면,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이후엔 여야 강 대 강 대치를 넘어 마치 서로를 보기 싫다는 듯 벽을 쌓아 놓은 상황이다. 대화가 사라지면서 민주당 주도로 일방 처리하는 게 일상화됐다.
야당의 유일한 대항 카드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24시간이 지나면 범여권의 다수 의석 앞에 무력화된다.
입법의 핵심인 보좌진들은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다수당의 힘을 체감 중이다. 보수정당 소속 의원실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한 보좌관은 "법안을 발의해도 어차피 민주당 입맛대로 다 처리할 텐데 무슨 의미가 있겠나.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고 자조 섞인 말을 쏟아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필 TK 행정통합이 정쟁의 제물이 됐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운을 띄우자 통합 논의가 가장 빨랐던 TK는 전남·광주, 충남·대전과 함께 신속히 특별법을 발의했다.
지역 의견 수렴에서도 가장 앞서 있었다. 전남·광주가 민주당 주도였다면 TK는 국민의힘이 주도했다. 특히 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인 임미애 의원(비례)까지 발의하면서 여야가 모두 추진하는 모양새였다. 명분 측면에서도 제일 유리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광주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현역 의원이 있는 충남·대전에 집중했다. 반면 TK는 비례 의원 한 명의 목소리에 불과해 당론 채택조차 무산됐다. 아이러니한 건 국민의힘도 TK 통합법을 처음부터 당론으로 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남·대전이 지역민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와 의회 등의 반대로 멈춰 섰고, 국민의힘 세가 강한 부산·경남도 통합이 무산되면서 TK만 챙기기 그런 상황이 됐다는 이야기가 국회 내에서 흘러 다녔다.
그럼에도 행정안전위원회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고, 무난히 법제사법위원회 문턱도 넘을 것으로 여겨졌다. 위원장이 대구 출신인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었던 만큼 기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일방적으로 보류됐다. 민주당의 여러 요구를 국민의힘이 모두 수용했음에도 막판에는 충남·대전 통합까지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제시하면서 사실상 무산될 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였던 여야 협상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온다. 원내대표까지 지내며 협상력을 발휘했던 한 TK 중진은 "역대 진보 정권을 통틀어서 이렇게까지 차별하는 정부는 없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미 정쟁이 돼버린 TK 통합법이지만 취지가 지역 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지금이라도 협상으로 여야가 풀어나가려고 시도해야 한다. 무산된다면 여야 모두 지역 발전 기회를 날린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