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개 상장사, 3월 말 정기 주총 집중…전체 약 73% 수준
주요 대기업, 집중투표제 배제 삭제…이사 충실의무 등 상정
트러스톤 등 행동주의 공세 본격화…디스카운트 해소 기대↑
1~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처음 맞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올렸다. 상장사 10곳 중 7곳 이상이 이달 말 주총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정관 정비에 속도를 내고 행동주의 펀드들은 잇단 주주제안과 가처분 신청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3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주총 일정을 확정한 상장사 593사 가운데 약 73%에 해당하는 436사가 이달 중 정기 주총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24, 26, 31일 가운데 하루로 일정을 확정해 이달 말께 주총이 대거 집중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정기 주총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 등이 포함된 3차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가운데,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개정 상법과 집중투표제 의무화·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개정 상법이 연달아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LG전자, POSCO홀딩스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달 열릴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안건을 상정한 상태다. 또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을 담았으며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도 포함됐다.
국내 증시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이달 18일, 25일 정기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 안건으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관련 조문 정비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관련 조문 정비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상향 관련 조문 정비 ▲전자 주주총회 도입 관련 조문 정비 ▲이사의 임기 조문 정비 등을 상정했다.
SK하이닉스도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전자 주총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 밖에 상법 개정 반영을 위한 정관 변경,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이 처리될 예정이다.
이달 '슈퍼 주총' 시즌이 개막하자 행동주의펀드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앞서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지난달 23일 LG화학을 상대로 정기 주총 안건 상정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다. 팰리서캐피탈은 법원에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주주제안 의안을 상정할 것 ▲정기 주주총회일의 2주 전에 주주들에게 제1항 기재 각 의안을 기재해 위 정기 주주총회의 소집통지 또는 이에 갈음하는 공고를 할 것을 요구했다. 또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 미만으로 낮추고 확보 재원을 자사주 매입에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6일 DB손해보험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공개 주주서한을 보낸 데 이어 에이플러스에셋, 코웨이, 덴티움, 가비아, 솔루엠 등에 거버넌스 개선을 요구했다. 이창환 대표는 "각 회사의 사업 특성과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이번 주주제안은 주주가치 제고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개선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각 회사 이사회가 이번 주주제안의 취지를 깊이 고민하고 전체 주주를 위한 책임 있는 판단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자사주 소각 등을 골자로 한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주주서한에는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 비핵심 자산인 삼성물산 주식의 유동화,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 정책 재수립 등 4대 주주제안이 담겼다.
라이프자산운용도 BNK금융지주에 사내이사(회장)와 사외이사에 대한 주식 보상 체계의 도입을 제안했다. 라이프자산운용 측은 제안 사유에 대해 "이사진과 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장기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회사(지배주주) 측에서 개정 상법 발효 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의안을 발의하는 주총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고 그에 맞서 일반주주와 기관 투자자들이 결집해 곳곳에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주총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주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잇따른 상법 개정안 통과가 K-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차례의 상법 개정은 한국 자본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구조적 리레이팅'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법적 강제성을 넘어 기업들이 다가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후 분기 실적 발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를 보여주는가로 이동할 것이며 주주환원의 재원이 본업에서 창출된 현금을 통해 지속 가능한지 여부와 성장을 위한 투자(CAPEX)와 주주환원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 주가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