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TK통합 멈췄지만 행정까지 멈춰서야

입력 2026-03-04 14: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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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사회부장

이주형 사회부장
이주형 사회부장

지난 1월 20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마주 앉았다. 8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리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번번이 좌초됐던 통합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20조 원 규모 인센티브'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만나며 단숨에 현실 정치의 중심 의제로 떠올랐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상황은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양 기획조정실장을 중심으로 행정통합 추진단을 꾸리고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설 연휴 이전까지는 통합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에 올라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회 상황도 순조로워 보였다. 2월 12일 대구경북뿐 아니라 광주전남,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가장 큰 고비를 넘는 듯했다. 일부 핵심 조항이 반영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만 남겨둔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대구경북특별시장' 탄생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그러나 설 연휴가 끝난 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2월 24일 법제사법위원회가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만 처리하고 대구경북과 대전충남 특별법을 보류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지역 내 의견 수렴 부족과 반대 여론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일주일은 그야말로 혼전이었다. 대구와 경북 국회의원들은 민주당에 법안 처리를 강력히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중단 카드까지 꺼내며 법사위 재개를 요청했지만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432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40여 일간 숨 가쁘게 달려온 행정통합 논의는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물론 논의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3월 임시국회가 남아 있고, 정치적 타협이 이뤄질 경우 법안이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여야 대치 구도와 지역 내 이견을 감안하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기대와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행정이 모든 역량을 통합이라는 단일 목표에만 쏟아붓기에는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 조절이다. 통합 논의는 이어가되, 행정의 중심축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각자의 행정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투트랙' 대응이 불가피한 시점에 들어섰다. 통합이 성사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조직 운영과 정책 추진까지 장기간 유보하는 것은 시민 행정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계는 이미 지방선거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불과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선거는 지역 행정의 방향을 다시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대구시는 1년 넘게 시정 리더십 공백을 겪어온 만큼, 차기 민선 9기 출범을 안정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행정통합이라는 거대한 의제에 매몰되기보다, 시민 생활과 직결된 정책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지금 행정이 감당해야 할 현실적 과제다.

행정통합 논의는 잠 멈춰 서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 지금 대구와 경북에 필요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라 균형 잡힌 준비다. 통합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행정은 제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돌아가야 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민선 9기 출범을 차분히 준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지역 행정이 선택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