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맞은 3·1절. 이 대통령의 보훈 철학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는 보훈을 '시혜'가 아닌 '책임'의 영역으로 분명히 규정했다. 단순한 수당 인상이나 기념행사 확대를 넘어, 공적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생활 보장의 실질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제107주년 3·1절 경축사에서도 "선열들의 헌신을 기리고 예우하는 것은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자 공동체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독립 유공자 유족들을 더욱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살필 것"이라 밝혔다.
경북은 독립운동의 성지다. 숱한 인물들이 독립운동 중심에 섰다. 그러나 지역 유림사회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오랫동안 "공적에 비해 서훈 등급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재평가를 요구해 왔다.
최근 안동청년유도회와 유림사회를 중심으로 추진된 '영남만인소'는 이러한 요구의 집약판이다.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해 20여 명의 영남권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등급 재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공적 심사의 기준과 형평성, 지역 간 편차 문제를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다. 과거 유림이 나라의 중대사를 상소 형식으로 올렸듯, 이번 만인소 역시 "역사를 바로 세워 달라"는 집단적 호소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보훈 정책의 방향은 크게 세 갈래로 읽힌다. 독립·호국·민주 유공자에 대한 실질적 생활 지원, 공적 심사의 투명성 강화, 독립운동 정신의 교육·문화적 확산 등이다.
보훈을 과거의 기억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의 가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따라 '영남만인소'를 통해 공적이 과소평가됐다는 지역의 문제 제기에 정부가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보훈 정책의 진정성이 가늠될 수 있다.
형식적 재검토가 아니라 사료 발굴과 학술 검증, 공적 비교 분석을 동반한 체계적 재평가가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보훈은 과거에 대한 예의이자 현재의 정의다. 안동에서 울려 퍼진 '영남만인소'의 목소리는 단순한 지역 요구가 아니다. 독립운동의 공적을 온전히 인정받고 싶다는 후손들의 절박함이며, 국가가 약속한 책임을 이행하라는 시민적 요청이다.
더욱이 올 해 안동의 3·1절은 외교적 의미까지 더해졌다. 대통령은 일본 총리와의 셔틀외교를 자신의 고향 안동에서 개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한일 미래 협력을 논하는 장면은 상징성이 크다. 과거를 직시하고 독립운동가에 대한 예우를 바로 세우는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미래지향적 관계도 설득력을 얻는다.
미래지향적 관계는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위에서 경제·안보·인적 교류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성숙한 이웃의 길이다. 안동에서의 만남은 '기억을 공유하는 외교'라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 기회다.
결국 관건은 실행력이다. 보훈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독립운동가의 공적을 공정하게 재평가하며, 유가족의 삶을 두텁게 보호하는 일은 정부의 책무다.
동시에 외교 현장에서는 역사에 대한 진정성을 기반으로 협력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3·1절의 태극기는 과거의 희생을 기리는 깃발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의 깃발이기도 하다.
안동에서 시작되는 보훈의 재정립과 외교의 새 장이, 영남의 유림사회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정의의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과거를 바로 세우는 힘이 곧 국가의 품격이고, 그 품격이 한·일 양국의 내일을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