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리폼했다 1천여만원 물 뻔한 수선집…대법원 "상표권 침해 아냐" 결론

입력 2026-02-26 20:11:53 수정 2026-02-26 20: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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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루이비통에 과징금 213억8천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고객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연합뉴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루이비통에 과징금 213억8천500만원을 부과했다고 12일 밝혔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 고객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12일 서울의 한 백화점. 연합뉴스

루이비통 가방을 수선해 새로운 가방이나 지갑으로 다시 제작하더라도, 가방 소유자가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원칙적으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6일 루이비통이 리폼업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는 가방 소유자들의 개인적 사용을 목적으로 리폼 요청을 받아 작업한 뒤 결과물을 다시 소유자에게 반환했다"며 "원칙적으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A씨의 리폼 행위는 루이비통의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리폼된 제품이 거래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고, 소유자의 개인적 용도로만 사용되는 경우라면 제품에 상표가 표시돼 있더라도 이를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리폼업자가 소유자의 요청을 받아 가공한 뒤 해당 제품을 다시 돌려준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다만 예외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소유자 요청에 따라 개인적 사용을 위해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리폼업자가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며 제품을 자신의 상품처럼 생산·판매해 거래 시장에 유통되도록 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는 ▷리폼 요청의 경위와 목적 ▷제품 형태와 수량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주체 ▷리폼업자가 받은 대가의 성격 ▷리폼에 사용된 재료의 출처와 비중 ▷제품의 소유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은 상표권자인 루이비통 측에 있다고 봤다. 또한 소유자가 리폼 제품을 거래 시장에 유통할 목적을 갖고 리폼 과정에 관여했다면, 리폼업자와 함께 공동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 사건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 사건"이라며 "그 사회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루이비통은 2022년 자사 상표가 찍힌 가방을 해체해 새로운 가방과 지갑 등을 제작한 A씨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리폼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제작비는 개당 10만∼70만원이었다.

1·2심은 A씨의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루이비통 원단을 사용한 리폼 제품 제조를 금지하고, 1천500만 원의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소송의 쟁점은 명품을 리폼해 주문자에게 인도하는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원심은 A씨의 리폼 제품이 교환 가치를 가진 '상품'에 해당하며, 상표가 찍힌 원단을 활용해 제품 출처가 루이비통인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고 봤다.

또 리폼 후 제품을 주문자에게 인도한 점과 사업자 등록을 하고 리폼업을 영위한 점 등을 들어 상표권 침해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공개 변론을 열고, 루이비통 측과 리폼업자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