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목숨 건 탈출했지만…갑상선암과 빚더미에 짓눌린 일상
거실 한가운데 놓인 낮은 나무 탁자 위를 채운 건 어른 손바닥만 한 약봉지 무더기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방 안은 먼지 한 톨 없이 정갈하지만, 널찍한 매트리스 위에 나란히 앉은 모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이 없다. 중학교 1학년 막내 다솜(가명·14)이가 굽은 어깨를 한 엄마 은주(가명·54) 씨의 손을 꼭 쥐고 있을 뿐이다. 겉보기엔 마냥 평온해 보이는 이 작은 거실은, 세 모녀가 지옥 같은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치고 또 도망쳐 기적처럼 찾아낸 생애 첫 안식처다.
◆ 14개의 치아와 13알의 약봉지…참혹했던 27년
은주 씨의 몸에는 1993년부터 시작된 27년간의 참혹한 시간이 고스란히 흉터로 새겨져 있다. 전 남편의 끝을 알 수 없었던 폭력과 의처증, 강제 착취는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참다못한 은주 씨가 두 딸을 데리고 짐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도망친 것은 2020년의 일이다. 이후 남편의 추적을 피해 전국 곳곳의 여성 쉼터를 숨어 떠돌아야 했다.
2021년 재판 이혼을 거치고 나서야 겨우 법적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남편의 집착은 장교로 복무하던 큰아들의 군부대에까지 뻗쳤고, 결국 두 아들은 살기 위해 스스로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은주 씨와 두 딸 역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전부 바꾸고 나서야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다.
긴 세월 억눌려온 고통은 그의 몸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임신 중 어금니가 무너져 내려 지금 입안에는 치아가 14개밖에 남지 않았다. 앞니로만 음식을 씹어야 하기에 매일 소화제를 달고 살며, 갑상선암 수술 후유증과 당뇨, 천식 등으로 아침마다 13알의 약을 삼켜야 하루를 버틴다. "내가 쓰러지면 이 아이들은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그를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다.
◆ "사람 마음이 궁금해요"…상처 속에서 피어난 소녀의 꿈
엄마의 거친 손을 잡고 버텨온 두 딸은 대견하게도 반듯하게 자라주었다. 중학교 1학년 막내 다솜이는 석 달 치 버스비 18만원이 아까워 매일 먼 길을 묵묵히 걸어서 등교한다. 어려운 형편에 학원은 꿈도 못 꾸지만, 학교 선생님을 쫓아다니며 묻고 또 물어 공부에 매진한다.
다솜이의 장래 희망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이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남을 아프게 하는지, 그 마음을 알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자신과 엄마를 벼랑 끝으로 몬 아빠를, 그리고 세상의 악을 이해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소녀를 책상 앞에 앉게 만든다. 끔찍했던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 아이는 지금도 길에서 아빠 차와 비슷한 회색 승용차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는다.
미술을 사랑하는 고등학교 2학년 첫째 수아(가명·18)의 사정도 팍팍하기는 마찬가지다. 수아의 꿈은 미술 교사다. 학급 실장을 맡을 정도로 씩씩하지만 당장 실기 학원비 등 경제적 지원이 막막해 꿈을 향한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 빚더미 속에서도 닦아내는 희망, "다 함께 밥 먹는 날 올까요"
세 모녀가 서로를 꽉 끌어안고 하루를 버티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전 남편이 은주 씨 이름으로 남긴 빚 1천만원은 여전히 가족의 숨통을 조인다.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지만 은주 씨의 병원비와 한창 자라나는 두 딸의 식비, 교육비를 감당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그럼에도 모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방바닥에 물건 하나 굴러다니는 것을 싫어할 만큼, 세 모녀는 어렵게 얻은 월세 23만원짜리 보금자리를 매일 정성껏 쓸고 닦는다. 무너진 삶을 다시 세워보려는 이들의 간절한 의지다.
"언젠가 흩어진 네 아이를 다 불러 모아서,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고 싶어요. 같이 여행도 가보고요."
은주 씨가 조심스레 평생의 소원을 꺼냈다. 지독한 상처뿐인 과거를 지나, 오직 서로의 체온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는 세 모녀. 먼지 하나 없이 정돈된 이 정갈한 거실에서 모녀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거라는 조용한 희망을 매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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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성금 내역]
◆고난 속 희망 찾는 박가영 씨에 2,495만원 전달
몸 성치 않은 남매를 키우며 낡은 아파트에서 내일은 조금 나아잘 것이란 희망을 붙잡고 근근이 살고 있는 박가영 씨(매일신문 2월 24일 10면 보도)에게 2천495만9천71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변정기 5만원 ▷이창영 5만원 ▷박미현 3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주현 1만원 ▷이장윤 4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척추협착증에 마비 겪는 홀몸노인 이승훈 씨에 2,190만원 성금
어느 날 찾아온 척추협착증과 마비 증상에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1천300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통증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승훈 씨(매일신문 3월 3일 12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18명의 독자가 2천190만4천777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송곡문화장학재단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변호사박헌경사무소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경주천마운전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강민규)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토탈인쇄(김창근)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국선도두류수련원 3만원 ▷세창산업(강석원) 3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성현탁 50만원 ▷김진숙 이신덕 각 30만원 ▷곽용 김광곤 박문섭 박종천 오덕형 장정순 조득환 조해룡 최창규 각 10만원 ▷한숙희 8만원 ▷가기승 김기욱 김유성 김은성 박경희 박수산나 박옥선 박정희 서준교 안대용 유동한 유명희 이재열 이종하 전우식 조철래 최상수 최수진 최영철 한지연 각 5만원 ▷ 김노주 김태욱 박승호 서은주 신광련 이강준 이대욱 이재민 정환수 주영수 최춘희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김영수 김은옥 김재연 김태천 나명철 남영희 류휘열 방태표 배상영 배영철 성민교 이경희 이동욱 이재숙 이해수 최금남 홍준표 각 2만원 ▷권정연 김다영 김성수 김성진 김정자 김주현 남장호 노영환 박영아 박경희 박선주 박인배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변희광 성영아 우철규 유귀녀 이서희 이승호 이영수 이운대 이정현 이종진 이진호 이희태 전선수 정서원 정준홍 정흔주 조영식 최경철 최윤희 함택인 각 1만원 ▷문민성 안민호 윤인주 각 5천원 ▷김서연 2천원 ▷최연준 1천원
▷'왕이신하나님이영석' 30만원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하나님께드립니다' 5만4천원 ▷'BANSUNGWOOK' 5만원 ▷'혼자가아닙니다' 2만원 ▷'석희석주' '어려운시기돕자좋은일' '최재혁프란치스코' 각 1만원 ▷'힘내세요.어르신' 7천777원 ▷'희망과힘을' '행복의씨앗이길' 각 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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