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기 서울취재본부 기자
"답답해 죽겠습니다." 최근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이틀간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끝에 처리가 보류되자, 법안 통과에 공을 들여온 한 보좌진이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짧은 탄식에는 지역의 명운이 걸린 현안이 정치적 공방에 가로막힌 허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TK 행정통합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오래됐다. 국가 단위가 아닌 메가시티 단위의 글로벌 경쟁 시대로 접어든 상황에서, 이는 지역의 최소한의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생존 전략으로 꼽혀왔다. 십수 년간 이어진 논의 끝에 처음으로 성사 직전까지 왔으나, 9부 능선에서 다시 멈춰 선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동을 건 명분 중 하나는 대구시의회의 반발이다. 하지만 현행 대구(33석)와 경북(60석)의 의석수 차이는 통합 과정에서 조정해 나가야 할 기술적 문제일 뿐, 법안을 막아 세울 근거가 못 된다.
광주시의회(23석)와 전남도의회(61석)는 의석수 차이가 약 3배로 나 TK보다도 격차가 극심하지만, 이를 두고 통합의 가부를 논하진 않는다.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맞춰 나가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통합을 전제로 한다면 대구시와 나머지 지역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보는 시각도 편협하다. 대구와 같은 지역번호(053)를 쓰고 도시철도가 연결돼 생활권이 일치하는 경산이 있듯, 대구경북은 이미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다.
법사위를 이미 통과한 법안들을 보더라도 지역 내 반대 여론을 이유로 처리를 미룬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발언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본회의에 올라 있는 쟁점 법안들에 대해서도 관계자들의 이견이 법사위 처리를 미룰 사안으로 판단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6·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추진한 이번 행정통합 시도는 지역을 불문하고 애초 '개문발차'(開門發車)를 기저에 깔고 만든 법안이다. 이 정도 잡음은 법안을 법사위 표결도 없이 멈춰 세울 만한 이유가 애초 되지 않았다. TK 행정통합 특별법에만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면 정략적 판단이라는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보수 정당의 맹주를 자처하는 TK 정치권은 최근 주호영, 윤재옥, 추경호, 현재의 송언석 원내대표에 이르기까지 탄핵 국면 당시 한 차례를 제외하고 4명의 원내 사령탑을 잇따라 배출하며 중앙 정치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정작 지역의 사활이 걸린 법안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 정치적 위상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가 차기 정부나 지자체장 체제에서도 유효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반대한 적 없다', '숙의가 필요하다'는 식의 방관은 지도부의 무책임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신공항 특별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듯 특례와 분권은 이번 법안 통과 후 재협상을 통해 함께 늘려 가는 것이 순리다.
취재 중 만난 한 지역구 의원은 "민심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행정통합이 무산된 채 치러질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을 전제한다면, 유권자들은 통합 실패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통합에 찬성하되, 앞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다 뒤에서 응원하던 그의 말이어서 더욱 무게감이 실렸다.
TK 지역구 의원 25명 중 22명이 이름을 올린 이 법안을 당 지도부가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