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證이나 살 걸"…한국금융지주, 회장님 아들 때문에 덜 가는 주가?[개미와글와글]

입력 2026-02-25 10: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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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2조원 돌파, 증권업계 독보적 1위 달성
배당 늘렸지만 경쟁사 대비 소극적 주주환원책 '원성'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디스카운트…미래 735% 오를 때 한투 275% 상승
투자자들 "3세 승계 작업에 주가 인위적 눌림"

ⓒ제미나이 생성
ⓒ제미나이 생성

"증권주 오를 땐 미래에셋증권 절반도 못 오르고 내릴 땐 곱절로 내리는 주식, 그게 한국금융지주다. 김남구 회장이 물러나는 게 유일한 밸류업이고 기업가치 제고다."

한국금융지주 종목토론방에는 주주들의 분노 섞인 댓글이 매일같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증권업계 최초로 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회사가 왜 이런 원성을 듣고 있을까요? 숫자만 보면 압도적 1등인데 주가는 경쟁사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3세 승계 작업 때문에 주가를 일부러 누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옵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2조24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3.6% 증가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82.5% 증가한 2조34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79.9% 늘어난 2조13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그룹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국내 증시 강세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크게 늘었고, 인수금융과 PF 부문 호조로 IB 수익도 확대된 영향입니다.

호실적에 대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실적은 숫자만 커진 것이 아니라 이익을 만들어내는 구조와 실행력이 한 차원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며 "글로벌 IB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의 밀도를 높여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자본시장의 리더가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성환 사장의 말대로 실적 숫자로 보면 국내 증권업계에서 한국금융지주의 위상은 독보적입니다. 순이익 '2조원'이라는 숫자는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 시가총액을 보면 미래에셋증권은 38조515억원인데 반해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14조9346억원에 불과합니다. 한국투자증권과 선두 경쟁을 벌이는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순이익 1조5936억원으로, 실적에선 밀렸지만 시총은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24일까지 증권주 랠리가 이어지는 동안 주가 상승률 격차는 더욱 벌어졌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무려 735.62% 폭등했고, 키움증권은 294.15% 올랐습니다. 반면 한국금융지주는 275.88% 상승했습니다. 물론 275.88%라는 상승률 자체는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압도적 1위를 기록한 실적 대비 주가 수익률은 선두권 밖으로 밀려난 겁니다.

주가수익비율(PER)을 보면 투자자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집니다. 전날 종가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PER 38.50배, 키움증권도 12.55배인데, 한국금융지주는 9.29배 수준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PBR 3.08배인데 한국금융지주는 1.35배에 불과합니다.

투자자들이 가장 분노하는 지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주주환원책입니다.

한국금융지주는 그간 18.7%에 달하는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에도 상대적으로 과거 10%대 낮은 주주환원율로 인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왔습니다. 최근 결의한 배당성향 25.1%을 공시하면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타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경쟁사인 미래에셋증권은 40%의 주주환원율을 제시하고 있고 삼성증권은 35.5%, NH투자증권은 40% 이상 배당 성향을 보입니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자사주 정책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8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향후 3년 간 조정 당기순이익의 35% 이상을 주주환원(현금배당 및 자사주 소각)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4일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해 6354억원 규모 역대급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습니다. 당기순이익 약 1조5000억원을 기준으로 한 주주환원 성향은 40%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상반기 업계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수익 1조원을 달성했음에도 자사주 매입·소각 등 경쟁사 대비 의미 있는 주주환원책을 내놓지 않아 주주들의 원성을 산 바 있죠.

주주환원책의 온도차는 주가의 온도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오전 10시10분 기준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4.02% 급등한 6만9800원을 기록 중인 반면 한국금융지주 주가는 1.12% 하락 중입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이번에 대대적으로 높인 25% 배당성향은 동일 업종 내에서도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렇게 해서 만년 저평가 꼬리표를 뗄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의심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3세 승계 작업입니다. 김남구 회장은 현재 한국금융지주 지분 20.7%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김 회장의 1년 1녀 중 장남인 1993년생 김동윤 한국투자증권 대리는 2023년 7월 처음 0.09% 지분을 취득한 이후 꾸준히 장내 매수를 통해 2026년 초 기준 약 0.6%까지 지분을 늘렸습니다. 아직 승계를 논하기엔 지분율이 매우 낮지만 매입 시점이 주가 하락기나 저평가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오너 3세가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가가 급등하는 것은 승계 비용 측면에서 불리한데, 이것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김동윤 대리의 증권업 경영 전문성에도 의문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국 워릭대 기계공학 학사를 졸업하고 공채를 통해 평사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김 대리는 최근 미국 아이비리그 경영대학원(MBA) 진학을 준비했지만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집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선 승계로 인한 주가 누르기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며 "디스카운트의 원흉"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금융지주 향후 주가는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눈높이의 주주환원 정책과 승계 이슈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린듯 보입니다. 압도적인 실적에 걸맞은 주가를 받으려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이나 살 걸"이라는 후회가 "한국금융지주 사길 잘했다"는 환호로 바뀔 수 있을까요? 그 열쇠는 김남구 회장의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