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전국법원장회의 소집…전국법관대표회의도 나서라

입력 2026-02-2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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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긴급 소집(召集)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 추진에 대해 "사법부가 생긴 이래 80년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은 강경 대응이다. 지난해 9월(임시회)과 12월(정기회) 전국법원장회의 때 여권의 사법개혁과 관련해 공론화 절차 및 위헌 소지 우려 등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국회 법안 처리 기간에 긴박하게 소집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평소 신중하고 원칙을 중시해 온 조 대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고 발언한 뒤 곧바로 법원장회의를 소집한 것도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잘 드러낸다.

이러한 대법원의 대응은 민주당이 다음 달 3일까지 처리를 공언(公言)한 법 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등 법안들의 위헌 및 사법 근간 훼손 우려와 위기감 때문이다. 대법원이 그간 '사법제도의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공론화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실제로 법 왜곡죄는 재판의 독립성 침해, 재판소원은 사실상 4심제, 대법관 증원은 정치적 편향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입법 후 위헌 법률 심판 청구 등 후속 대응을 할 수도 있지만 이미 법안이 만들어지고 위헌 판단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후다. 대법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대응인 셈이다.

그런데 전국 각급 법원 판사 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주도의 이들 법안이 옳고 필요하기 때문이라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면 침묵해선 안 된다. 국민은 궁금하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국민의 기본권을 강화해 주는 법안인지, 대법원의 우려처럼 사법 독립이 훼손되고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법안인지 알고 싶어한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조속히 회의를 소집해 이에 대한 의견과 입장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