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美-이란 대치… 26일 담판이 분수령

입력 2026-02-24 15:45:20 수정 2026-02-24 17: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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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내 미군기지에 전투기, 해역에 항모전단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암살 대비 특명
"美 제한적 공세라도 침략으로 간주할 것"
26일 제네바 담판이 전쟁 여부 분수령될 듯

23일(현지시간)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 로이터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그리스 크레타섬 수다만에 입항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호.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을 공습하겠다는 경보음을 연일 울리는 미국의 무력시위가 고점을 향하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을 아라비아해 등 이란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부족하다. 중동 내 미군기지로 전투기를 집결시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축출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력전으로 치닫지 않을 마지막 협상 카드가 있다.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을 담판을 분기점으로 이란 공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볼륨 높이는 이란 공격 경보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시점은 지난 18일이었다. 백악관 상황실에서 공습 계획을 참모들과 논의한 것이었는데 이 당시에도 전투기 집결 등 화력전을 염두에 둔 움직임을 보였었다.

명분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고수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공격 대상은 이란군 전력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본부, 핵시설, 탄도미사일 관련 시설까지 폭넓게 거론됐다. 이런 1차적 공습에도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물론 이란 지도부를 아예 축출하겠다며 공공연하게 으름장을 놨다.

아라비아해에 도착한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제151전투공격비행대 소속 F/A-18E 슈퍼 호넷이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 자료제공=미 해군. AFP 연합뉴스
아라비아해에 도착한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갑판에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제151전투공격비행대 소속 F/A-18E 슈퍼 호넷이 이륙을 준비하는 모습. 자료제공=미 해군.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 수뇌부가 의견 합치를 보지 못했다는 의심 어린 시선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박에 선을 그었다. 그는 "100% 사실무근"이라며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나"라고 단호히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존 케인 합참의장이 백악관과 펜타곤에서 열린 회의에서 탄약 부족과 동맹국 지원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전단이 그리스 크레타섬에 23일 도착해 작전 준비 태세에 돌입했고, 같은 날 레바논 주재 미국 대사관 인력이 철수하면서 이란 지도부 겁주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공습 전에도 레바논과 이라크 등 중동지역 대사관에 유사한 철수령을 내린 바 있다.

양국은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재개한다. 이란은 이날 핵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협상안을 미국 측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2일 미 CBS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은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며 평화적 핵에너지를 누릴 모든 권리를 보유한다"며 "이란 국민의 존엄과 자존심의 문제며 우리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의회 회기 중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복을 입은 이란 의원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이달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의회 회기 중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복을 입은 이란 의원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전쟁보다 더 리스크 큰 굴복

이처럼 미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들이 집결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란 지도부는 경우에 따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이 전쟁을 치르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23일 이란을 통치하는 성직자들이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 ▷역내 친(親)이란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우라늄 농축 권리는 포기할 수 없는 주권 사항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터다. 그는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이란 정권 전복에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연설을 앞두고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연설을 앞두고 군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UPI 연합뉴스

이란 지도부의 이런 현실 인식에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항복'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들이 항복하지 않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지난해 치른 '12일 전쟁'과 강도 높은 경제 제재로 큰 타격을 입은 만큼 수위를 높이는 미국의 압박에 굴복할 것으로 기대해왔다는 게 미국의 속내라는 것이다.

한편 이란은 하메네이 등 지도부가 일시에 제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상 지도부 체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22일 이란 고위 당국자 등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 책임자 알리 라리자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을 비롯한 측근과 군 관계자들에게 뒷일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