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필품 물가 급등
러 정부, 전비 투입이 원인
국민 소득·인구 감소 직격탄
24일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만 4년이 된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선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고 수백 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쏘고 있다. 러시아가 수년간 변함없이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국민들이 조용히 경제적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감자칩 값 3배 폭등 배경은?
23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와 독일 주간 슈피겔 등은 러시아가 심각한 물가 상승과 인력난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푸틴 정부하에 억압적인 체제 아래서 수면 위로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다. 다만 SNS 등을 통해 생활 물가에 대한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한 여성은 자신의 SNS에 올린 영상에서 마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자칩 등 과자 가격표를 가리키며 놀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예전에 50루블(약 940원)로 기억했던 감자칩 한 봉지가 184루블(약 3천470원)이 됐다.
이 여성은 "9개월 외국살이하고 돌아왔을 때"라고 자막을 달았다. 다른 나라에서 느끼던 상대적으로 비싼 물가를 본국에서 그대로 체험하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 통계청은 주마다 식료품과 서비스 가격을 발표한다. 이달 9일 기준 소고기 1kg당 약 704.41루블(약 1만3천290원)이었다. 마가린은 1kg당 약 300루블(약 5천660원), 오이 333루블(약 6천280원) 등 러시아 국민들의 주요 생필품마다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각 물품의 소매가격은 발표 가격보다 훨씬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말 기준 소고기는 593.30루블(약 1만1천190원), 마가린 255루블(약 4천81원), 오이 270루블(약 5천9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가량 물가가 오른 셈이다.
러시아인들이 샐러드로 즐겨먹는 오이는 '금(金)오이'로 불린다. 러시아에서는 겨울 오이 가격이 여름에 비해 3배가량 오르는 것을 감안해도 추세적 상승세가 뚜렷하다. 러시아의 전쟁 기간 물가 상승률은 4년간 평균 35%로 추산된다.
◆전시 경제, 러시아 경제 좀먹다
전쟁이 지속될수록 소득이 일정한 서민들 경제 상황은 나빠지고 있다. 그 배경에 전시 경제 체제가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부가가치세를 20%에서 22%로 올렸다. 전비 조달 목적이 강하다. 전체 정부 예산의 40% 이상이 전비로 투입되는 실정이다. 전쟁 물자 생산에 돈이 쏠리고 있다. 시중에 돈은 풀리는데 생산물은 전쟁터에서 소모된다. 국민 소득은 정체되는데 물가만 오르고 있다.
슈피겔은 전시 동원 체제로 일부 제조업은 호황을 누린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소총을 만드는 칼라시니코프가 위치한 이젭스크 지역은 부동산이나 외식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반면 전체 러시아 내 법인 설립은 지난 14년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불황이 심각하다. 건설업 불황으로 부동산 대형 개발사 사몰레트는 당국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건설업 임금 체납이 급증했다.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 아브토바즈는 주 4일만 생산키로 했다. 신차 시장 침체로 인건비부터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일할 사람이 없다. 전쟁 후 러시아를 떠난 인구만 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합계출산율 1.3명)를 찍는 상황에 출산 보조금은 전비로 전용됐다. 근로자들이 대거 군수 산업으로 이동하면서, 쿠바 출신 이주 노동자가 거리 청소나 제설 노동을 담당하는 게 현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