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수장 vs 입법 강행 충돌
"우리 헌법 독일과 달라"…민주당 주장 반박
조희대 대법원장이 여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사법개편 3법'(재판소원제 도입·법 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에 대해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위헌 소지와 '사실상 4심제'로 인한 재판 지연 우려를 제기하며 국회의 신중한 논의를 촉구한 것이다.
사법부 수장의 공개 반대와 여당의 입법 강행 기조가 정면으로 맞서면서, 사법개편 3법을 둘러싼 충돌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사법개편 3법은) 헌법 개정 사항에 해당할 수도 있는 중대한 내용으로, 국민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있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독일 제도를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조 대법원장은 "독일을 예로 들고 있지만 우리 헌법은 독일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며 "공론화를 통해 각계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독일 헌법은 연방헌법재판소를 사실상 최종 심판기관으로 두고 있어 법원의 재판을 취소할 수 있지만, 우리 헌법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을 대등하고 독립된 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소원제를 도입할 경우 권한 충돌과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여러 차례 의견서를 제출하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재판소원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4심제를 초래해 재판 지연과 무분별한 불복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법 왜곡죄 신설안에 대해서는 "판결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사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 증원 역시 하급심(1·2심) 부실화 등 부작용을 면밀히 따져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 강행 의지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하고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법 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등을 담은 사법개편 3법을 법사위를 통과한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취임 이후 수차례 논의했고 당·정·청 조율을 거쳐 법사위를 통과한 만큼 중론을 모아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밝혔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위헌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당내 기류가 강경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