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악질 제국주의와 저질 제국주의

입력 2026-02-26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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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덴마크 국왕이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트럼프의 편입 욕구를 견제하고 단결과 통합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는데 글쎄다. 덴마크가 이 섬에 대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국주의라는 단어는 대략 1945년을 전후로 사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후에도 옛날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패악을 일삼은 두 나라가 있으니 프랑스와 덴마크다.

프랑스는 악착같이 식민지를 내려놓지 않고 버티던 나라다. 결국 알제리와 베트남에서 추한 꼴을 보이고 철수했다. 반면 저항력이 떨어지는 서북부 아프리카의 전(前) 식민지 14개국은 현재도 여전히 반(半)식민지 상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들 아프리카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최소 65%를 프랑스 재무부 '운영 계정'에 보관해야 한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 돈을 제 것처럼 파리 증권거래소에 투자해 이익을 챙긴다. 반대로 아프리카 나라들은 자기 돈을 쓰는데도 프랑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풀이 개를 뜯을 소리다. 프랑스의 자유는 아프리카 인민들의 피로 굴러간다. 프랑스는 내가 아는 동서고금 가장 악질적인 제국주의 국가다.

그린과는 1도 관계없는 그린란드의 역사

프랑스가 제국이었던 것은 알겠는데 덴마크가 왜 제국이냐 물으실 수 있겠다. 바이킹 시대 덴마크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쥐락펴락하며 북해제국을 건설했다. 가톨릭과 신교가 충돌했던 독일 30년 전쟁에서 심각한 패전을 겪기 전까지 유럽 강대국의 당당한 일원이었으며 19세기에도 인도 일부와 인도네시아 일부를 식민 지배했다. 인구가 적다는 단점 때문에 마음껏 욕심을 실현하지 못하고 소규모에 머물렀지만 제국 맞다.

일단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계부터 보자. 그린란드의 역사는 살인자 부자(父子)에서 시작된다. 노르웨이 바이킹 토르발트는 사람을 죽이고 아이슬란드로 도망친다. 얼마 안 가 이번에는 아들이 또 사람을 때려죽이고 3년 추방을 선고받는다. 그 유명한 '빨강 머리 에이리크'다. 에이리크는 북동풍이 부는 바다 서쪽으로 800킬로미터를 항해한 끝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된 땅을 발견한다. 이게 그린란드다.

세 번의 겨울을 나고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에이리크는 자신이 있던 곳을 그린란드라고 소개한다. 아이슬란드 바이킹들은 이름에 속아 대거 그린란드로 이주한다. 원주민인 에스키모가 있었지만 피차 서로 뺏어먹을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관심한 평화는 이어졌다. 15세기 무렵 날씨가 더 추워졌고 아이슬란드 바이킹이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원주민인 에스키모만 남게 된다.

18세기 중반 노르웨이는 덴마크 왕과의 동군(同君)연합인 덴마크-노르웨이 왕국이었고 덴마크 왕이 노르웨이 왕을 겸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으로 넘어간다. 현재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 정부 역시 동일한 국왕을 군주로 모시는 동군연합 형태다. 그러나 말이 좋아 동군연합이지 사실상 종속국이다. 그린란드는 외교권이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덴마크를 지지할 수 있을까

1950년대 초 덴마크는 그린란드 원주민을 상대로 끔찍한 실험을 한다. 원주민 아이들 22명을 데려와 완전 덴마크식으로 양육한 사회실험이었는데 목적은 '덴마크화된 엘리트' 양성이었다. 참담한 실패였다. 아이들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했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망가졌다. 이건 다음에 덴마크가 벌인 일에 비하면 약소하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덴마크는 원주민들의 인구 증가를 억제하고 건강, 사회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동의도 없이 그린란드 여성들의 자궁에 피임장치를 삽입하거나 호르몬 피임을 시행했다. 전체 가임 여성의 절반인 4,500여 명이 이 짓을 당했다. 피해자 중에는 12세 소녀까지 있었다. 오지의 미개 집단도 아니고 무려 복지국가 덴마크가 벌인 만행이다.

덴마크는 내가 아는 동서고금 가장 저질스런 제국주의 국가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에 대해 국제적인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찬성하는 현지인들은 덴마크가 자기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안다면 세계 여론이 바뀔 거라 말한다. 매우 동의한다. 이참에 한 번 갈아타는 것,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