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일 경북대 교수회 의장
대학 때 '쓰리 쿠션'을 자주 쳤다. 빨간 공 두 개를 맞추기 전에 내 공이 세 번 이상 당구대 쿠션을 맞으면 된다. 물론 돈을 걸었다. 밤새 당구를 치는 동안 계속 돈이 오고 갔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돈을 잃은 사람만 있고 딴 사람이 없었다. 겨우 해장국 한 그릇씩 먹을 돈만 남았다. 어느새 우리 돈이 게임비로 당구장 주인에게 갔다. '쓰리 쿠션'의 승자는 당구장 주인이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돼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대수의 법칙' 때문이다. 동전을 던지면 앞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1이지만, 몇 번만 던지면 연달아 앞면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천 번을 던지면 거의 500번 앞면이 나온다. 주사위도 마찬가지다. 만 번을 던지면 숫자 1~6이 거의 같은 횟수로 나타난다. 이를 '대수의 법칙'이라 한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 결과는 평균으로 수렴한다. 게임 횟수가 충분히 늘어나면 처음 설계된 구조가 드러난다.
카지노에서 누군가는 돈을 따고 누군가는 잃는다. 다만 그 합은 언제나 마이너스다. 카지노 업주의 몫이 있기 때문이다. 슬롯머신은 애초에 기계가 유리하게 설계됐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카지노에 간다. 누군가는 돈을 따기 때문이다. 내가 돈을 따는 사람이 되면 그만이다. 돈을 잃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나름의 계획이 있기 마련이다.
로또, 스포츠토토, 경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참가자들이 건 돈의 일부만 당첨금으로 돌아간다. 누가 당첨자가 될지는 운이다. 이들 게임은 얼핏 '제로섬'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또 회사, 스포츠토토 사업자, 경마장이 자선단체는 아니다. 직원 월급을 주고 세금도 내야 한다. 로또 판매액의 약 50%만 당첨금으로 환급된다. 스포츠토토 환급률은 65%, 경마는 75% 정도다. 이들 게임도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됐다.
은행도 기본 구조는 같다. 은행은 '브로커'다. 여윳돈이 있는 사람과 돈이 부족한 사람을 연결해 수수료를 받는다. 예금자에게 낮은 금리가, 대출자에게는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수수료다. 요즘 은행에 1달러를 주면 1,410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1달러를 받으려면 1,465원을 내야 한다. 1달러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은행은 55원을 가져간다. 이것도 일종의 수수료다.
보험은 그 구조가 로또와 거의 같다. 가입자는 보험료를 내고 사고가 나면 보험금을 받는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보험료를 돌려받지 못한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은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보다 적다. 보험사는 100원을 받아 약 80원을 지급한다. 환급률은 대략 80%다. 로또보다는 높다. 이 역시 처음부터 정해진 구조다.
주가가 5,000을 넘어 10,000을 돌파해도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 내가 10만 원에 주식 1주를 샀다고 하자. 누군가가 11만 원에 사주면 나는 1만 원을 번다. 이제 그가 돈을 벌려면 11만 원보다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주가가 오를수록 팔려는 사람이 늘고 사줄 사람은 줄어든다. 결국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판다. 주식시장에서 모든 사람이 돈을 벌 수는 없다.
주식시장은 '제로섬'도 아니다. '네거티브섬'이다. 사람들이 열심히 주식을 사고파는 동안 증권사들은 끊임없이 수수료를 떼간다. 정부도 조용히 세금을 거둬간다. 작년 한 해 한국투자증권 순이익이 2조 원이라 한다. 미래에셋증권은 1조 6천억 원, 키움증권은 1조 1천억 원, 삼성증권도 1조 원을 벌었다. 이 중 일부는 법인세로 정부가 가져간다. 여기서 승자는 증권사들이다. 주식시장도 그렇게 설계됐다.
요즘 라디오 프로그램 DJ들이 퀴즈를 낸다. 퀴즈 자체는 아주 쉽다. 청취자는 1통에 100원인 문자로 답을 보낸다. 방송국은 정답을 보낸 사람 중 추첨해서 상품을 준다. 상품은 협찬받은 것이다. 적지 않은 사람이 100원을 내고 문자를 보낸다. 청취자들은 액수가 적어서 100원이 어디로 가는지 관심이 없다. 이 100원은 방송국과 통신사가 나눠 갖는다. 1만 명이 문자를 보내면 매출은 하루 1백만 원, 한 달 3천만 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다. 여기서도 진짜 승자는 따로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