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대구시민주간이 2017년에 선포되었고 올해 10주년을 맞이하였지만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다. 대구가 자랑으로 여기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이 2월 21일이고 2·28민주운동 기념일이 28일이니 이 두 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선포하였다.
대한제국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1907년 1월 29일 애국 계몽 단체인 대구 광문회에서 서상돈이 제안하고 광문회 회장 김광제가 그 뜻에 동참하여 2월 21일 북후정에서 국채보상대구군민대회를 개최한 것이 운동의 시작이었다.
일본 차관 1천300만 원 때문에 나라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으니 담배를 끊고 패물을 모아서라도 빚을 갚아 국권을 보존하자는 외침에 200여명의 회원들이 동참하였고 전국적인 운동으로 펼칠 것을 결의하였다. 그 당시 1천300만 원은 대한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큰돈이었다.
이러한 결의에 따라 이 운동은 요원(燎原)의 불길로 전국으로 번졌고 이름이 없는 걸인에서부터 학생, 기생, 농민, 상인들은 물론이고 고종 황제까지 동참하였다. 남일동에 살던 부인 일곱이 패물을 바침으로써 전국여성국채보상운동의 선구가 되었으며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남녀의 구별 없이 전 국민이 힘을 모은 애국시민운동으로 발전하였다.
일제의 방해로 그 뜻을 다 이루진 못했을지라도 나라를 걱정하며 분연히 일어났던 그 정신은 뒷날 3·1운동, 물산장려운동으로 이어졌으며 오늘날에는 대구의 자랑이 되었다.
국채보상로와 동덕로가 만나는 남서쪽 모퉁이에 달구벌대종이 있고 그 안쪽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이 있다. 공원 안내판, 서상돈과 김광제의 흉상, 여성국채보상운동기념비,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및 도서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기념관을 들어서면 문화해설사가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마련된 전시관을 돌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대구시민주간을 맞아 한 번쯤 찾아가서 119년 전의 숭고한 뜻을 기려도 좋겠다.
달구벌대종에서 국채보상로를 따라 중앙대로 쪽으로 500미터쯤 가면 2·28기념중앙공원이 나온다. 국채보상운동으로부터 53년이 지난 1960년 2월 28일에 일어났던 2·28민주운동을 기리는 공원이다. 공원을 지나 서쪽으로 조금 더 따라가면 중앙네거리를 만난다. 대구 중심지를 남북으로 가르는 중앙대로, 2·28 당시 경북고와 대구고 학생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행진했던 길을 만나게 된다.
60년 당시 만연했던 사회 전반의 부패, 학생을 정치적 도구로 사용하는 관행, 3·15 정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많은 선거부정의 조짐을 목격하고 있던 와중에 일요일 등교 명령까지 내려지자 이를 계기로 8개 공립 고등학교 학생들이 궐기했다. 경북고 800명 학생들이 지금의 청운맨션 서문에 위치했던 정문을 통과해서 대봉로를 따라 내달렸다. 대봉로에서 달구벌대로를 따라 반월당에 이르렀고 중앙대로를 따라 지금의 경상감영 자리에 있던 경북도청으로 행진했다. 대구고 학생들은 명덕네거리, 반월당을 거쳐 중앙대로를 따라 대구역광장까지 나아갔다.
그날의 외침이 중앙대로를 따라 지금도 울려 퍼지는 듯하다. 필자가 편저했던 '2·28민주운동: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은 이 운동을 4·19혁명으로 개화(開花)한 고등학생들에 의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운동으로 정의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주권재민(主權在民) 의식을 심어주었고, 국내 학생운동을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본, 터키, 태국 등 해외 학생운동에도 큰 영향을 준 운동으로 평가했다.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이끈 선배들을 지닌 대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떤 길로 가야 보수의 심장 대구가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겠는가? 보수는 지킬 가치가 있는 참된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6월 매일신문 칼럼 '빙청과 심홍'에서 밝혔듯이 보수가 앞서 언급한 가치들을 지키는 것이라면 12·3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계엄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탄핵은 옳았다. 그리고 부정선거론은 허구였다.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제1 야당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여 중도 보수를 결집시키고 오는 6·3지방선거에서 보수가 보다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