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윤수 지음/ 시인동네 펴냄
사윤수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앵두가 쥐여준 씨앗 한 되'를 펴냈다. 전작 '파온'과 '그리고, 라는 저녁 무렵'을 통해 세계의 균열과 내면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해온 그는 이번 시집에서 한층 응축된 언어로 삶의 고단함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응시한다. 작고 단단한 '씨앗'의 이미지는 상실 이후에도 남아 있는 미미한 희망, 혹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상징한다.
시집에는 일상의 풍경과 자연의 사물이 자주 등장하지만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수국, 저녁, 나방, 속도와 같은 소재는 존재의 불안과 슬픔, 그리고 견디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저자 특유의 낯선 조어와 비틀린 문장은 익숙한 감각을 흔들며, 독자로 하여금 언어의 표면 아래를 더듬게 한다.
이번 시집은 '잃어버린 미래'에 대한 감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절망으로 기울지 않는다. 오히려 무욕과 인내, 조용한 염원을 통해 다시 움트는 시간을 사유한다. 빠르게 소모되는 시대의 언어와 달리, 그의 시는 느리게 스며들며 오래 머문다. 세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자리에서 시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작은 씨앗 한 되를 건네듯 답한다. 120쪽, 1만2천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