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특별법 335개 중 3분의 1 불수용, 광주·전남은 386개 중 110여 개 부동의
행안부는 "늦으면 지원 축소" 압박…권한은 여전히 중앙이 움켜쥔다
지방 소멸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도 중앙정부는 여전히 권한을 내려놓지 않았다. 대구경북(TK) 행정통합 특별법이 중앙부처의 대규모 불수용·부동의 의견에 가로막히며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광역 행정통합을 지방 소멸 대응의 핵심 해법으로 내세워 온 정부가 정작 입법 단계에서는 중앙부처 기득권을 우선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논란은 9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주관 광역시·도 행정통합 특별법 입법공청회와 대정부질문에서 수치로 확인됐다. 중앙정부 각 부처는 통합 특별법에 담긴 핵심 특례 조항 다수에 대해 불수용 또는 부동의 의견을 제출했다.
TK 행정통합 특별법의 경우 전체 335개 특례 조항 가운데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조항에 대해 정부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광주·전남 통합 특별법에서는 386개 특례 조항 중 110여 개에 대해 중앙부처가 부동의 의견을 냈다. 지방채 발행 한도 특례, 국가산업단지 지정 권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통합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권한이 대거 포함됐다.
정부는 불수용 사유로 '타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과 '국가 정책의 통일성'을 들었다. 그러나 국회와 지역에서는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도 중앙부처가 기존 권한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공간 전략'이라는 점에서 정부 인식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광역 행정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공통적으로 합의 가능한 부분은 먼저 추진하고, 특례가 필요한 사안은 추후 단계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 소멸 대응의 핵심 수단인 권한 이양을 법 제정 단계에서 확정하지 않고 미루겠다는 발언으로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키웠다.
행정안전부의 태도는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국회 행안위에서 "행정통합이 늦어질 경우 4년간 약속한 재정 인센티브를 모두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통합을 서두르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압박성 발언이지만 정작 중앙정부가 내려놓아야 할 권한과 특례에 대해서는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다.
국회 안팎에서는 "중앙정부는 속도만 요구하고, 통합의 위험과 책임은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행안부를 비롯한 중앙부처가 이해 당사자로서 기득권을 유지한 채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행정통합은 지방 소멸을 막기보다 행정 부담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 위기는 농촌을 넘어 중소도시, 이제는 대구·광주·대전·부산 등 광역 대도시로까지 확산됐다. 산업구조 변화로 혁신 산업과 인재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지방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략이 초광역 협력을 통한 메가시티 구축이라는 점에서 행정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만큼 중앙정부가 형평성과 제도 논리를 앞세워 핵심 권한 이양을 미룬다면 광역 행정통합은 껍데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