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커지는 사회적 비용

입력 2026-02-09 15: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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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수생 성적이 재학생 압도…수천만원 사교육비에 가계 부담 가중
전문가 "재수 유인하는 입시 구조, 제도 개선 논의 시급"

2027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부터
2027학년도 의과대학 신입생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된다. 지역의사제로 의대에 입학하면 정부로부터 등록금, 생활비 등을 모두 지원받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사진은 2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의대 입시 학원 모습. 연합뉴스

"내년에 통합수능이 시행되고 9등급제가 적용되는 마지막 수능이라 벌써부터 불안합니다. 올해는 정말 마지막 시험이 돼야 할 텐데요."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가에서 만난 삼수생 김모(21·여) 씨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교 시절 내내 반에서 1~2등을 다투던 상위권 학생이었지만, 수능만 치르면 한두 문제 차이로 의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씨는 "지난 2년간 매달 200만~300만 원씩 들어간 학원비를 생각하면 부모님께 큰 불효를 한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 최모(55) 씨는 올 한 해 월급 전부를 기숙형 재수학원에 다니는 아들에게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기숙사비와 수강료, 식비, 진학지도비를 포함한 월 등록금만 400만 원을 넘는다. 최 씨는 "생활비를 최대한 줄여도 월급이 고스란히 재수학원비로 들어간다"며 "올해는 대출까지 받아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아들에게도 삼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고 하소연했다.

2027학년도 수능에서 N수생(수능에 여러 차례 응시하는 수험생)이 16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역대급' 전망이 나오면서, N수 열풍은 단순한 성적 경쟁을 넘어 사회적 비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재수학원 월 수강료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고, 기숙형 학원의 경우 연간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

한 해 1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물론 혼인·출산 지연 등 구조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수능에서도 N수생이 역대 최다였던 16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재수를 거듭할수록 성적 향상 가능성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실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 따르면 N수생의 국어·수학 표준점수 평균은 각각 108.9점, 108.4점으로 고3 재학생 평균보다 13.1점, 12.1점 높았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에서도 N수생의 1등급 비율은 9.6%로 재학생(4.7%)의 두 배를 웃돌았다. N수생이 재학생보다 유리한 구조 속에서 '재도전'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입시 구조 자체가 재수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역과 N수생이 동일한 시험장에서 경쟁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한 번 더'에 대한 선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시지옥이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부소장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 N수를 통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현 입시 제도를 재수 쿼터제나 감점제 등 제도 개선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혹독한 입시 경쟁을 경험한 세대가 이런 현실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저출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입시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